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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우연한 선택 우연한 선택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빈센트 파로노드 | 96분 |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은 같은 일상을 끝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얻게 되는 결과들 혹은 그 결과가 만들어 내는 작은 차이들로 이뤄진다. 마치 버스터 키튼이나 성룡의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액션처럼 말이다(지난 글, ‘우연이라는 결과’ 참조). 무한한 시간 속에서 삶의 작은 차이들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고 서로 중첩된다. 때문에 살면서 그 차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 선택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택’이란 무엇인가? 어느 방송에서 한 가수가 자신의 ‘번 아웃(burn out)’ 상태를 털어 놓았다. 함께 술 한 잔 하던 동네 지인 정신과의사가 말했다. “번 아웃(감정.. 2023. 2. 8.
[판 스토리]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취향’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향, 또는 방향'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렇고, 나는 일단 '취향'이 결국은 일종의 '무능력'이 아닐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은 '능력'의 표지이기도 하다. 여기엔 일종의 변증법 비슷한 게 있다. 그러니까 '취향'이란 어떤 점에서는 '다른 것'을 변별해내는 능력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선호'에 종속되는 무능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이 주어지든지 즐거울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주어진 모든 것과 기쁨의 변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취향'은 능력과 무능력의 구분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취향의 변증법'이 아닐까.. 2023. 1. 19.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우연이라는 결과 우연이라는 결과 제너럴 The General (1926) | 감독 버스터 키튼 | 주연 버스터 키튼, 마리온 맥 | 84분 | 명절이 되면 으레 티브이에선 머털도사 아니면 성룡의 영화를 방영했었다. 특히 성룡영화는 집안의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한데 모이게 만드는 인기프로였다. ‘성룡영화’의 특이점은 엔딩크래딧과 함께 보여주는 ‘NG모음’이었다. 영화라는 게 원래 각본과 연출에 의해 원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영상물이다. 그러니 NG모음은 사실 성룡영화만의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아슬아슬한 명장면들이 대역도 없이 수많은 반복과 실패 뒤에 나왔다는 사실은 성룡영화에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부여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던지지만 이번.. 2023. 1. 17.
[요요와 불교산책] 자아는 없다, 무아의 가르침 자아는 없다, 무아의 가르침 수행승들이여, 무상하고 괴롭고 변화하는 것을 ‘이것은 나의 것이고 이것은 나이며 이것은 나의 자아이다’라고 하는 것은 옳은가?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쌍윳따니까야』, 22:59 『무아의 특징경』) 이십여 년 전쯤 명상 수행에 입문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위기가 닥친 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반항과 일탈이 시작되었다. 남편과 아이로 인해 마주하게 된 두 가지 사태 모두 내가 논리적으로 이해하거나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 앞에서 마음은 온통 원망, 자책, 분노, 부끄러움, 모욕감으로 가득찼다. 자의식 과잉은 몸과 마음을 다치게 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명상을.. 2023.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