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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아버지와 ‘다양체’ 아버지와 ‘다양체’ 한 국회의원의 발언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부망천’, ‘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망하면 인천에 산다.’를 줄인 말이다. 나는 인천에서 살고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셔서 아버지와 동생과 셋이 살았고, 당시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월세 단칸방을 전전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 때 생각을 떠올리며 ‘이부망천’ 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조금 씁쓸했다. 동생이 몇 해 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다. 그래서 지금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우리는 한 집에 살면서도 바빠서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을 먹는 것이 고작이다. 두 시간 남짓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는 시간은 늘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아버지와 나는 사이가 매우 좋다. 하지만 .. 2020. 1. 8.
신령스런 거북이(靈龜)의 가르침 신령스런 거북이(靈龜)의 가르침 ䷚山雷頤 頤, 貞, 吉, 觀頤, 自求口實. 初九, 舍爾靈龜, 觀我, 朶頤, 凶.六二, 顚頤, 拂經, 于丘, 頤, 征, 凶.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 공부하면서 가끔 드는 생각. 나는 참 아는 것이 없구나. 세상 산 시간이 그리 짧은 것도 아닌데 그동안 도대체 뭘 공부한 거지? 앞으로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책들이 있음에 가슴 벅찰 때도 있지만 내 지식의 짧음에 한심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산뢰이(頤)괘는 그런 나에게도 타인이 배울 수 있는 영험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한다. 그게 무얼까? 이(頤)괘는 위에는 멈춤을 상징하는 간(艮)괘가 있.. 2020. 1. 7.
고정된 용도가 없다는 것 고정된 용도가 없다는 것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물건이 용도가 정해져 있다. 가령 책이라면 읽거나 냄비 받침으로 쓰거나 정도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계에선 용도에 제한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무한한 쓰임을 얻는다. 우리집에 꽤 오랫동안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라는 용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색연필이 건축물의 소재가 되었다. 더 어릴 때는 혹시나 다칠까봐서 꺼내주지 않았던, 조금 뾰족한 색연필을 주었더니 그림은 안 그리고 탑을 쌓아 올린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책은 까꿍놀이용, 냄비는 머리에 쓰는 용도, 도미노 블럭은 바닥에 쏟는 용도.... 베르그송이나 들뢰즈가 순수생성이라는 개념을 창안할 때도 이 녀석들을 참고한게 틀림없지 싶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 2019. 12. 27.
[쿠바리포트]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한 달의 시간에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글을 다 읽고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서 무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아, 물론이다. 지난 한 달 간 내가 사는 아바나에서는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릴라군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상을 모험이라고 부르련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기본을 책임지는 디딤돌이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일상은 곧바로 재난이 된다. 쿠바는 이런 소소한 재난의 천국(?)이다. 도대체가 ‘이런 게’ 내 인생을 괴롭히는 주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 201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