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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내가 쿠바에 왔다는 것을 가슴 깊이 실감한다 쿠바 리포트 : 내가 쿠바에 왔다는 것을 가슴 깊이 실감한다 치니따로 살아가기 뉴욕과 아바나는 여러모로 다르다. 뉴욕은 무관심이 곧 예절인 도시였다. 메트로폴리탄 도시가 다 그렇듯이 인정(人情)이 부족한데다가, 워낙 다종다양한 외국인이 섞여 살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게 어떤 특이성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뉴욕에 도착한 첫날부터 나는 그렇게 그 도시에 무심하게 녹아들어갔다. 그러나 아바나에서는 모든 것이 반대다.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뜨겁다 못해 불에 타버릴 것 같다. 길을 걸어갈 때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 이 시선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니, 쳐다보는 것은 그나마 낫다. 짖궂은 남자들과 마주치면 이 시선은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이 시선은 끝내 나를 부르는 외침.. 2018. 6. 26.
잘 싸서 고마워 _ 엄마 잘 싸서 고마워*경고! 비위가 약하신 분들 특히 ‘똥’ 이야기에 약하신 분들은 절대! 읽지 마세요! 아, 이제 이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건가. 배변 이야기 말이다. 어느덧 ‘아기가 왔다’ 코너를 시작한 지 1년이 가까워 간다. 작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말이다. 쓰기 시작할 때는 몇 회나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어찌어찌 벌써 한 사람당 20회를 넘겼다. 엄빠가 합치면 무려 40개의 이야기가 쓰인 것. 그래서 뭐가 문제냐 하면, 이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한 주 한 주 조마조마해져 간다는 것이다.;;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 뭔가 재미난 거리들이 막 생길 것 같은데, 이제 막 14개월에 돌입한 딸은 아직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엄마’ ‘아빠’ ‘맘마’ 전부다(‘안녕’인지 ‘안아’인지 ‘아니’.. 2018. 6. 22.
카프카, 법의 힘 카프카, 법의 힘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단 한마디로 요약해본다면? ‘법 앞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남긴 미완의 세 장편은 모두 한계의 문턱 앞에서 자기 운명을 시험하는 K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지요. 또한 그가 쓴 일기, 단편, 편지 등 많은 글이 철저하게 ‘할 수 있음과 없음’, ‘들어갈 수 있음과 없음’이라는 상황 자체를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주어진 삶, 허락된 생활에 대한 철저한 인식. 카프카는 아버지와 아들, 학교와 회사, 사무실과 침실, 낮과 밤, 먹음과 굶음, 심지어 생과 사처럼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경계가 실은 다만 그렇게 보일뿐인 ‘법’이라며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법의 한계를 문제삼는 일에 집중합니다. 카프카에게 법이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그는 왜 삶의 온갖 경.. 2018. 6. 21.
리처드 매드슨, 『나는 전설이다』 – 좀비들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리처드 매드슨, 『나는 전설이다』 – 좀비들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환절기마다 경미한 수면장애를 앓는다. 한 철 시행착오 속에 가까스로 안착한 체온과 기온 간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시행착오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다.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우는 지경은 아니기 때문에 ‘경미하다’는 것일 뿐, 그 괴로움이 가벼워서 경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살갗이 너무 차가워지거나 진땀이 흐른다. 잠들기가 어렵고, 그나마도 자주 깬다. 잠 드는 데 한 시간씩 걸리는 것보다 자주 깨는 게 더 괴로운데, 매번 깰 때마다 다시, 한 번도 잠든 적 없다는 듯이, 잠들지 못하며 잠을 청하는 시간을 반복해서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매번의 잠 이루기는 지난한 여정이다. .. 2018.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