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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맥스 브룩스,『세계대전 Z』 - 쌀알도 벽돌도 없이, 지옥에 가지 않을 것 맥스 브룩스,『세계대전 Z』- 쌀알도 벽돌도 없이, 지옥에 가지 않을 것 어릴 때 책벌레였다. 수많은 책들을 읽어치웠다.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사전정보도 필요없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모르면 모른 채로 읽어서 좋았고, 추천받고 읽으면 기대가 되어서 좋았다. 그림이 있으면 만화 같아서 좋았고, 그림이 없으면 어른책 같아서 좋았다. 픽션은 재미있었고, 넌픽션은 흥미로웠다. 읽는 모든 이야기들이 다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책을 읽을 때면 나는 나무가 되었다. 행간으로 깊고 넓게 뿌리를 뻗어, 이미지와 관념들을 모세관으로 샅샅이 펌프질 해 올렸다. 빨아들인 양분은 머리 위 무성한 이파리로 피어났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제각기의 방식으로 사각이는 소리를 내었다. 모든 독서가 신록같이 푸르렀다... 2018. 7. 4.
학교라는 ‘공간’ -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용인 수지에 있는 문탁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20대 청년 차명식 님이 문탁넷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책을 읽었던 기록을 나누는 글입니다. 10대와 20대의 생각과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을 소재로 엮어지는, 소중한 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 주 화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학교라는 ‘공간’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 2018. 7. 3.
아기가... 세상에! 거...걷는다 아기가... 세상에! 거...걷는다 아기의 발달은 점진적이지만, 발달의 결과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발견된다. 부모 입장에선 놀랍고, 감동적이고,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특별한 느낌을 가지라고 갑자기 전에 없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딸은 요즘 ‘걷는다’. 걸음마도 아니고, 진짜로 걷는다. 세상에! 걷는단 말이다. 사실 내가 부모가 아니라면, 지금 거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저 녀석이 내 딸이 아니라면, ‘걷는다’는 그 사실은 ‘오! 걷는구나’ 하고 대충 넘어가면 될, 말하자면 여느 사건이나 다름없었을 일이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보니 이게 참 대단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우리 딸의 월령이 14개월인데, 그 전까지는 누워 있거나, 배를 밀거.. 2018. 6. 29.
“노둔(魯鈍)해서 행복해요~” “노둔(魯鈍)해서 행복해요~”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자왈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 불이삼우반 즉불복야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속으로 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으며, 애태워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되, 한 귀퉁이를 들어주었는데 이것을 가지고 남은 세 귀퉁이를 되돌아보지 않으면 다시 더 일러주지 않아야 한다.” - 〈술이〉 8장 =글자풀이= =주석풀이= 〈위정〉편 4장에 따르면, 공자는 15살에 배움을 뜻을 둔(志學) 뒤로, 이립과 불혹을 거쳐 50살에 이르러 천명을 알게 됐다고 한다(知天命). 이와 같은 삶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끊임없는 배움’ 정도가 될 것이다. 공자뿐만이 아니다. 모든 고수들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자신의 영역을 일군다. 그들에.. 2018.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