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024 Oasis, <Definitely Maybe> - 좋은 노래는 질리지 않는다 오아시스 - 1집 좋은 노래는 질리지 않는다 이제는 '밴드'로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어쩌면 십몇년쯤 후에 재결성 음반을 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사라져버린 밴드, 오아시스다. 여기까지 쓰는데도 나는 어쩐지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들의 마지막 내한공연(이자 내가 마지막으로 다녀온 록 콘서트)을 봤다는 점이다. 처음, 그러니까 처음 오아시스 음반을 어디서 샀는가 하면, 백화점 안에 있는 음반 매장이었다. 요즘이야 조금 이상한 것이지만, 90년대에는 백화점에서도 음반을 파는 매장이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그날은 엄마가 새 겨울옷을 사준다며 큰 마음을 먹었던 날이었다. 꽤 유명한 브랜드(게스였나?)의 창고정리 '기획전'에서 생각보다 저렴한 값에 떡볶이 코트 한 벌을 구입한 후, 나.. 2019. 2. 1. [쿠바리포트] 엘람(ELAM)에 가는 여정 엘람(ELAM)에 가는 여정 꼬레아나 로까(Coreana Loca)내가 새해에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스페인어는 다음과 같다. “세구라(Segura, 확실한 거야)?” “뽀르 께(Por qué, 왜)?” “빠라 께(Para qué, 무엇을 위해서)?” 친구 한 명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왜 이렇게 즉흥적이야? 그 전에는 의대에 갈 생각을 전혀 안 했다가 이렇게 갑자기 마음을 바꾸다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의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처음부터 쿠바에 안 오지 않았을까? 그냥 처음부터 의대에 가지 않았을까? 게다가 나는 언제나 내가 하는 결정의 51%는 내 마음에 달렸고, 나머지 49%는 내 몸이 있는 시간과 장소에 달렸다고 믿는다. .. 2019. 1. 29. 봉사와 완벽의 별자리, 처녀자리 봉사와 완벽의 별자리, 처녀자리 지난여름 지독히도 맹렬했던 더위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처서’(양력 8월 23일 무렵)에 태풍과 함께 모습을 바꿔갔습니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의미지요. 그런데 작년엔 극심한 더위와 거대한 바람이 만나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자연은 결코 어질지 않다(自然不仁)는 옛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자자리를 통과하는 동안 우주만물은 마음껏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당한 양기가 극에 달하자 이제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일어납니다. 내가 창조한 것들이 충분히 괜찮은 것일까? 내가 과연 그토록 대단한 존재일까? 겸허한 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음기, 처녀자리가 시작됩니다. 질서와 완벽함 ‘처서’에서 시작하여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양력 9월 8일 무렵).. 2019. 1. 28. 아내와 나 - 단축번호 1번, 나누는 사람 아내와 나 - 단축번호 1번, 나누는 사람 결혼한 지 1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새삼 첫 만남이 어떠했는지부터 쓰는 건 조금 쑥스럽고 어색하다. 당시 연애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니와 같은 고등학교 동갑내기에 같은 대학이라 첫눈에 반했어요, 와는 거리가 멀어 다시 끄집어내는 게 쑥스럽다. 만일 아내도 나와 같은 건축과였다면 우린 ‘건축학개론’과 같은 영화를 찍었을까? 음, 우리는 이제훈과 수지가 아니다. 게다가 아직 두런두런 추억을 곱씹을 만큼 일상이 느리게 흘러가진 않기에 그 시간을 더듬거리는 것도 어색하다. 그래서 굳이 다락에 있는 사진첩을 들춰보진 않았다. 아내와의 이야기는 나의 ‘간증’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인생에 큰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아내는 나에게 여러 길을 ‘인도’.. 2019. 1. 25. 이전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 2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