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노바디’의 블루스 : 제임스 볼드윈과 뉴욕 ‘노바디’의 블루스 : 제임스 볼드윈과 뉴욕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익숙한 문구는 원래 괴테에게 특허권이 있다. 민족국가(nation-state)끼리의 전면전이 시작되던 19세기 유럽에서 괴테는 다양성을 긍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한 세기 후에 후발주자 민족국가로 등장한 대한민국이 이를 냉큼 카피한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괴테의 ‘세계적’이라는 단어를 ‘세계 상품’이라는 말로 오해하는 것 같지만……. 그런데 나는 오늘날 이 문구가 이상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지아장커의 영화 를 본 적 있는가? 시골에서 북경으로 상경한 젊은 두 남녀는 전 세계 유명 건축.. 2017. 4. 28.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③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③바로 앞의 글은 여기, 연재글 전체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학이시습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벗이 먼 데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말 나온 김에 이제 『논어』의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한 이 첫 번째 문장을 얘기해보죠.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배우고 익히다. 학과 습, 학습이죠. 즉 학습하는 것은 기쁘다, 라는 말입니다. 글쎄요. 여기가 지금 중고등학교 교실이라면 이 말에 어떤 반응이 왔을지 짐작이 대충.. 2017. 4. 27.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텅 빈 것들의 합창 텅 빈 것들의 합창 -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다른 사람들과 사물들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현대에 와서 골격이 잡힌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같은 학문들은 모조리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들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 관계들을 의도에 맞게 조정하고 바꾸어 나감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그 학문들의 핵심적인 목표인 것이다. 경영학이란 회사의 이익에 맞게끔 직원들과 생산요소들을 잘 연결시키고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경제학이 국민소득을 극대화시키도록 경제참여자들로 하여금 소비와 투자와 정부지출을 적정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런 시선으로 사태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 2017. 4. 25.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다자키』)가 국내에 출간된 그 주에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고 아마 그날 책을 다 읽었을 거다. 하루키를 읽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소설을 전부 읽었다. 최소한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그런데 이상하지, 스스로 하루키를 좋아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군가 묻는다면 차라리 논픽션 를 거론할 것 같고. … 그럼 나, 하루키를 왜 읽는 걸까? 학창시절 어느 날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친구 그룹으로부터 ‘아웃팅’ 당한 주인공 다자키가 삼십대가 된 지금 비로소 그들을 차례로 만나 그때 왜 그랬는.. 2017. 4. 21. 이전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