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6 미셸 푸코, "이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미셸 푸코, "이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번 다시 썼다. 그러다가 결국 처음 쓴 것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마치 인생의 클리셰처럼 자주 그런다. '글씨'만의 문제도 아니다. 글도 이것저것 쓰고 고치다가 처음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인생을 악보에 비유하자면, 거기에는 군데군데 도돌이표가 숨겨져 있어서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가 온 다음에만 다음 소절로 넘겨주는 것 같다. '이전과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푸코는 어째서 이전과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일까? 더군다나 푸코의 '이전'들이 딱히 남루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재미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수도 없이 OS를 깔았다 지우고 새로 까는 것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 매니아들처럼, 푸코는 '한계'를 돌파해가는 .. 2018. 5. 14.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스승은 정약용이고, 아이(제자)는 황상이다. 책의 제목 『삶을 바꾼 만남』에 붙은 부제는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인데, 이 책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그에게 글을 배운 황상의 인연에 대한, 삶을 바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름다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삶을 바꾼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제자는 글을 배우러 다니기는 하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있다.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혀 있으며, 답답한 성품인 자신이 과연 '공부'하여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스승은 '배우는 사람'들이 가진 '세 가지'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너(제자)에게는 그것이 없으니 '능히'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정약용이 말한 '세.. 2018. 5. 1. 현자(賢者)의 삶과 죽음 현자(賢者)의 삶과 죽음 '죽음'을 떠올리면, 너무 아득하게 먼 듯하여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가도 문득, 당장에라도 심장이 뛰기를 멈춰버리면 그대로 죽어버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움찔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얇은 실에 매달려 절벽 아래로 던져지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이 끊어질 때 죽는 것이다. 오랫동안 당겨진 실이 낡아 끊어지거나, 매달린 채로 과하게 난동을 부리거나, 어쨌거나 언젠가는 끊어지게 되어 있다. 안간힘을 쓰며 실을 튼튼하게 만들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로 신이 있어서 인간들이 그러고 있는 광경을 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인간으로서 몹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도저히 어떻게 할 .. 2018. 4. 23. 우치다 타츠루,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 - 제자나 팬의 자세 우치다 타츠루,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 제자나 팬의 자세 이건 그러니까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언제부터 그런 태도가 스며들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수준 높은 독서란 '비판적 독서'라는 태도다. (여전히 그러하지만) 의식의 어느 한구석도 성숙한 부분이 없던 시절부터 '암,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지' 했다. 각종 연구서나 논문들은 물론이거니와 칸트나, 맑스나, 하이데거 같은 대가(大家)들의 텍스트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 텍스트는 일단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쉽게 말해 '헛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헛힘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 노력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도움이 된 것도 분명 있을테니까. 여하튼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2018. 4. 16.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