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8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나를 ‘불쌍히’ 보는 그 눈길이 생명 에너지를 잃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나 보다. 이미 통증과 여러 가지 행동 장애로 힘이 빠진 상태에 ‘불쌍하다’는 그 한방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청정한 연민은 자비의 모습을 띠게 되고 그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민에는 탁한 마음이 끼어들기 쉽다. 상대적 우월감이나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같은 것. 자기 연민이건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건 이런 삿된 기운이 끼어들면 그것은 부정적인 힘으로 작동한다. 그날의 한 판 싸움은 어쩌면 위기에서 나를 지키고자 한 생명 차원에서의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다.오창희, 『아파서 살았다』, 52~53쪽 탁한 마음이 끼어들지 않은 ‘연민’을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은 .. 2018. 3. 19.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그때 간병인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다. 여든여덟이 된,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는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가 된 노인의 모습이었고, 간병인은 그런 어머니를 죽음을 앞둔 노인 취급을 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 들렀지만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옆 환자의 보호자들이 간병인이 어머니를 방치한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간병인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는 어머니의 의욕없음이 더 걱정스러웠다.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나라도 어머니 같은 분을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간병인에게 편지를 썼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식성은 어떠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입원을 하고 있는지 등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 2018. 2. 26. 아픈 하루하루를 끌어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아파서 살았다』- 아픈 하루하루를 끌어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 단기간에 낫는다는 확신을 할 수 있는 병을 앓고 있다면, 병을 앓는 그 시간은, 빨리 지나갈수록 좋은 불필요한 과정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딱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언제 나을지, 나을 수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다면, 병이 다 나은 뒤 살아갈 다른 삶을 상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픈 채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그대로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을 수밖에, 그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 - 오창희, 『아파서 살았다』, 98쪽 나는 조금 허약한 것 빼고는 누군가 보기에 앓고 있다고 여길 만한 병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나를 생각해 보면 ‘나에겐 병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썩 떳떳하지는.. 2018. 2. 12. 마루야마 겐지,『소설가의 각오』 - 작품보다 재미있는, 작품의 뒷편 마루야마 겐지,『소설가의 각오』 - 작품보다 재미있는, 작품의 뒷편 고백하건대, 나는 '소설'보다 소설가들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빠져나온다. '이야기' 속에서 나왔을 때의 느낌, 그 느낌이 조금 난감하다. 어쩐지 끌려나온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나버린 것이 너무 아쉽기도 하며, 어떤 때는 이 이야기가 끝이 나긴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이야기 바깥으로 튕겨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소설 한 작품을 읽고 다음번 작품을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반면에 작가들의 에세이는.. 2018. 1. 29.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