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6 '삶의 제작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삶의 제작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반 일리치의 책, 『누가 나를 쓸모없게 하는가』를 읽다가, 위에 옮겨 놓은 문장을 보고서, 베르그손이 '삶의 제작자들'에 관하여 써놓은 문장과, 며칠 전에 겪었던 일이 함께 떠올랐다. 20년이 넘은 우리집은 어딘가가 툭하면 고장이 난다. 한동안 베란다 천장에 물이 새가지고, 업체 사람을 불러 고쳐놓았다. 그러더니 얼마 후에는 화장실 벽 한쪽으로 또 물이 새는 것이 아닌가. 베란다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곳에 전화를 했더니, 금방 기술자가 와서 진단을 내려주었다. 옥상 환기구를 통해서 빗물이 들어와 화장실로 흘러온 것이니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였다. 다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여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는 물이 새지 않.. 2018. 4. 9.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현대 대도시의 풍경들 속에 감춰진, 아름답지 않은 많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풍경들을 옮겨가는 벤야민의 글들, 그 글들이 모아져서 만들어진 한권의 책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위에 옮겨적어 놓은 것보다 더 멋진 상상력에 대한 정의를 본 적이 없다. 벤야민 스스로의 말 속에 『일방통행로』가 가진 미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 벤야민은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사물-이미지들 속에 압축된 의미를 기가 막히게 펼쳐 보여준다. 짧은 '아포리즘'(또는 '이미지들') 속에 옮겨진 '풍경'들은 지금도 매일, 자주 보고 있는 것들이기도.. 2018. 4. 3.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나를 ‘불쌍히’ 보는 그 눈길이 생명 에너지를 잃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나 보다. 이미 통증과 여러 가지 행동 장애로 힘이 빠진 상태에 ‘불쌍하다’는 그 한방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청정한 연민은 자비의 모습을 띠게 되고 그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민에는 탁한 마음이 끼어들기 쉽다. 상대적 우월감이나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같은 것. 자기 연민이건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건 이런 삿된 기운이 끼어들면 그것은 부정적인 힘으로 작동한다. 그날의 한 판 싸움은 어쩌면 위기에서 나를 지키고자 한 생명 차원에서의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다.오창희, 『아파서 살았다』, 52~53쪽 탁한 마음이 끼어들지 않은 ‘연민’을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은 .. 2018. 3. 19.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그때 간병인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다. 여든여덟이 된,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는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가 된 노인의 모습이었고, 간병인은 그런 어머니를 죽음을 앞둔 노인 취급을 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 들렀지만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옆 환자의 보호자들이 간병인이 어머니를 방치한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간병인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는 어머니의 의욕없음이 더 걱정스러웠다.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나라도 어머니 같은 분을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간병인에게 편지를 썼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식성은 어떠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입원을 하고 있는지 등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 2018. 2. 26.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