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블랑쇼, '시는 기도로 향한다'
카프카×블랑쇼, '시는 기도로 향한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일은, 그것은 말하자면 '기도'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지전능한 절대적 존재에 원하는 바를 비는 것만 기도는 아닐 것이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영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을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깨우치고 느끼는 일에 영성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대부분 '재미' 삼아 책을 읽곤 하지만, 가끔, 그저 재미로 읽는 중에도 간절하게 바랄 때가 있다. 오늘 낮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이 잊혀지기를 바라기도 하고,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얻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런 일들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책(『문학의 공간』에서 블랑쇼는 카프카를 축으로 삼아 '글쓰기의 즐거움'이랄지,..
2019. 4. 1.
벤야민,『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예외상태…, 진보의 이념
벤야민,『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예외상태…, 진보의 이념 대략 2009, 10년 이래로, 살아가는 일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다음부터, 전보다 훨씬 더 유명해진 말이다. 말하자면 '예외 상태'가 '일상'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나빠졌다는 말과는 다르다. 언제나 '삶'은 비상사태 아래에 있다는 말이다. 쉬운 말로 사는 게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예외적인 비상사태가 삶의 조건이다. 호불호, 윤리적 규범이라는 잣대를 떠나서 그게 '조건'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다. 사실 위의 문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유명한 앞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뒷부분이다. 파시즘의 적들이 '..
2019.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