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하이데거, 『근본개념들』 - '잊어버린 앎'을 깨닫는 일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하는 주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인류 역사 전체를 볼 때, 현재처럼 보관된 지식의 양이나 증가속도, 이동속도 등이 폭발한 적은 없었다. 현대는 그야말로 '지식의 낙원'이라 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지식이 빠르게 늘어나고,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 무언가 한가지 끊임없이 잊혀지고 있는 게 있는 것 같다. 하이데거의 문제설정이 출발하는 곳도 바로 그 지점이다.
'잊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성'일 수도 있을 테고, '본질'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하이데거라면 아마도 '존재'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눈에 보이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는 현상 아래에 감춰진 '본질' 같은 게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본질'과 '현상'의 이분법에 '반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양과는 별개로 '잊혀지는 것'이 있다는 하이데거의 문제설정에는 깊이 동감한다.
아마 '잊혀지는 것'은 '무엇'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성찰의 능력일 수도 있을 테고, 특정한 정서의 매몰상태에서 벗어나는 힘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힘이나 능력의 외연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외연과 일치하지 않는다. 겹치는 부분도 꽤 될 테지만, 불일치하는 곳들도 아주 많을 것이다. 결국 그런 힘이나 능력을 얻는 것은 단순한 지식습득을 넘어서는, 능동적인 수행(修行)을 통해서일 것이다. 어쩌면 '습득'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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