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예외상태…, 진보의 이념
대략 2009, 10년 이래로, 살아가는 일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다음부터, 전보다 훨씬 더 유명해진 말이다. 말하자면 '예외 상태'가 '일상'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나빠졌다는 말과는 다르다. 언제나 '삶'은 비상사태 아래에 있다는 말이다. 쉬운 말로 사는 게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예외적인 비상사태가 삶의 조건이다. 호불호, 윤리적 규범이라는 잣대를 떠나서 그게 '조건'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다.
사실 위의 문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유명한 앞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뒷부분이다. 파시즘의 적들이 '역사적 규범으로써의 진보'로 파시즘에 대항하기 때문에 파시즘이 승리한다는 말 말이다. '역사적 규범으로써의 진보'란 아무래도 '발전'이나, 성장 같은 것들이리라. 이 점에 있어서는 좌, 우가 같은 지반 위에 있다. '아, 이게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해야할 것은 저쪽이냐 이쪽이냐가 아니라, 그 '지반' 자체다. 아마도 벤야민이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지 않을까. 전적으로 그에 동의한다. 세계를 어떻게 지속시킬까가 아니라, 어떻게 세계를 멈출까를 고민해야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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