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블랑쇼, '시는 기도로 향한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일은, 그것은 말하자면 '기도'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지전능한 절대적 존재에 원하는 바를 비는 것만 기도는 아닐 것이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영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을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깨우치고 느끼는 일에 영성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대부분 '재미' 삼아 책을 읽곤 하지만, 가끔, 그저 재미로 읽는 중에도 간절하게 바랄 때가 있다. 오늘 낮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이 잊혀지기를 바라기도 하고,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얻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런 일들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책(『문학의 공간』에서 블랑쇼는 카프카를 축으로 삼아 '글쓰기의 즐거움'이랄지, 작가가 글을 쓰게끔 만드는 작가 자신의 내밀한 동기를 추적해 간다. 그 안에서, 구도자적인 영성과 그에 따르는 정화의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문학이 '쾌적한 빛' 아래에 드러난 것을 '보고' 쓰고, 시인이 '순수와 지속'이 불러주는 바를 받아 쓰는 것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옳고, 아름답고, 밝은 것만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이든 간에, 문학은 드러내고, 시는 진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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