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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8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현존 위에 누워 생生을 바라본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현존 위에 누워 생生을 바라본다 니체는 그 특유의 격렬한 문체 때문에, 잘 읽지 않는다. 일부러 피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문장이 격렬할 수는 없는 노릇. 읽다보면 가끔,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같은 고요함이 지배적인 부분도 있다. 만약, 어쩌다가 니체를 읽는다면 바로 그러한 부분 때문에 읽는 것이리라. 마음 속 칠판, 글자들로 가득찬 칠판을 가지려면, 살고, 또 살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어떤 감정이 오더라도, 결국에 그것은 이미 칠판에 한번 기록된 것. 그렇게 될 때까지 쓰고, 또 쓰는 수밖에. 그런 황혼을 맞이할 수 있다면, '천국' 같은 곳 가지 않아도 나는 만족할테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 2018. 10. 15.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 손택수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아차, 지렁이도 있음) 제게도 저작권을 묻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작가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출판권까지 낼 용의가 있다고도 합니다 시를 가지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 어느 방송국 피디는 대놓고 사용료 흥정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불로소득이라도 생긴 양 한참을 달떠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참 염치가 없습니다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 2018. 10. 11.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산(히말라야)을 오르는 내내 나는 지갑과 노트, 물병이 든 배낭 하나뿐이었다. 모든 무거운 짐은 셰르파가 짊어졌다. 가이드는 셰르파에게 하대(下代)를 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나를 변화시켰다. 아, 이 말엔 어폐가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나 스스로 변해갔다.‘나는 돈을 주고, 당신은 노동력을 주기로 했으니 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짜증이 났다. 폭력이나 폭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기 시작했다.수십 년간 서울에서 썼던 문명의 가면을 이마 위로 올리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셰르파는 상대하지 않았다. 미숙하나마 한국말이 통하는 가이드가 주된 대상이었다. 현지인들에게 던진.. 2018. 10. 10.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일단, 책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이른바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바로 그점이 '훌륭한 책'의 첫번째 조건 아닐까?) 이 책이 주는 영감은 비단, '면역'에 국한 되지 않는다. '면역'을 통해서 성, 인종, 체제에 이르는 지배적 상상력을 전복한다. 몸은 닫혀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득실거리는, 말하자면 '공동체' 혹은 '공생체'다. 이른바 '현대사회'은 더는 쪼개지지 않는 '개인'을 기초로 구축된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몸이나 마음을 생각할 때 '닫힌 모델'을 떠올리기 쉽다. 타자의 영향을 '나'가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여기는 셈이다. 그.. 2018.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