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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8

랑시에르 『불화』 - 정의는 언제 시작되는가 랑시에르 『불화』 - 정의는 언제 시작되는가 '공동의 권력이 실행되는 형태와 그러한 실행의 통제'가 멀쩡했더라면, 아니 잘 작동하고 있었더라면 누구도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마도, 임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던 요순시대가 그러했을지 모르겠다. 그 시절의 노래(사실은 후대의 위작이라는 설이…)라는 '격양가'를 보면 이러하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우물 파 물 마시고 밭 갈아 내 먹으니임금의 혜택이 내게 무엇이 있다더냐. '임금의 혜택이 내게 무엇이 있다더냐'. 아닌 말로 각자 알아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 누가 그 자리에 있든 아무 상관없다. 뭐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선거' 같은 번거로운 일도 별 필요가 없으리라. 다만 문제는 이 시대의 환경이 하루가 멀다하게 '정의'를 호.. 2019. 8. 19.
블랑쇼,『문학의 공간』 - 모든 작품은 실패작 블랑쇼,『문학의 공간』 - 모든 작품은 실패작 세상에 완벽한 것은 무엇도 없다. 말인즉, 모든 것은 결국 어떤 '실패'를 안고 있는 셈이다. 각자 자기를 돌아보아도 좋다. 세상에 가장 불완전한 것이란 결국엔 '나'이다. 그것이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묻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오히려 '실패'가 작품을 완결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어떤 예술(작품)은 '보이지 않'으며, '여기어 없는' 것을 이 자리로 소환하는 포트(port)와 같은 것이 아닐까? 거기에 어떤 '실패'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이동할 수 없다. 실패 앞에서 '다시 한번', 그러니까 매번 다시 지하로 내려가고, 다시 올라와 실패하는 오르페우스의 일이다. 문학의 공간 -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그린비 2019. 8. 13.
다케우치 요시미, 『루쉰』 -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다케우치 요시미, 『루쉰』 -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사는 일'은 대체로 암담한 것을 견디거나, 잊는 일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즐겁게 살아가는 낙관주의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낙관주의자가 되었을까. 아니,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삶은 어두운 곳에 간신히 불을 밝히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꽤 매력적인 일이다. 내내 밝은 것보다 어둠 걸 밝히는 일이 더 즐거우니까. 다케우치 요시미의 책에는 루쉰이 죽고서야 '청년들은 비로소 자신의 고독을 깨달았다'는 말이 나온다. 그에게는 죽음마저도 어떤 '쓰기'였던 셈이다. 인간의 삶, 죽음마저 포함하고 있는 그 삶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살아가고, 죽는 .. 2019. 8. 5.
『말하는 보르헤스』,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페이지가 적힌 종이와 거죽으로 만들어진 육면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나는 그것이 읽을 때마다 바뀐다고 믿습니다.이미 수없이 말했듯이, 헤라클레이토스는 그 누구도 똑같은 강물에 몸을 두 번 적실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강물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우리가 강물보다 유동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읽을 때마다 책은 바뀌고,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달라집니다. 뿐만 아니라 책에는 과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 오래된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이 쓰인 날로부터 우리가 읽은 날까지 흘러간 모든 시간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_ 호르헤 루.. 2019.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