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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6

다케우치 요시미, 『루쉰』 -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다케우치 요시미, 『루쉰』 -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사는 일'은 대체로 암담한 것을 견디거나, 잊는 일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즐겁게 살아가는 낙관주의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낙관주의자가 되었을까. 아니,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삶은 어두운 곳에 간신히 불을 밝히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꽤 매력적인 일이다. 내내 밝은 것보다 어둠 걸 밝히는 일이 더 즐거우니까. 다케우치 요시미의 책에는 루쉰이 죽고서야 '청년들은 비로소 자신의 고독을 깨달았다'는 말이 나온다. 그에게는 죽음마저도 어떤 '쓰기'였던 셈이다. 인간의 삶, 죽음마저 포함하고 있는 그 삶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살아가고, 죽는 .. 2019. 8. 5.
『말하는 보르헤스』,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책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페이지가 적힌 종이와 거죽으로 만들어진 육면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나는 그것이 읽을 때마다 바뀐다고 믿습니다.이미 수없이 말했듯이, 헤라클레이토스는 그 누구도 똑같은 강물에 몸을 두 번 적실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강물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우리가 강물보다 유동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읽을 때마다 책은 바뀌고,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달라집니다. 뿐만 아니라 책에는 과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 오래된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이 쓰인 날로부터 우리가 읽은 날까지 흘러간 모든 시간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_ 호르헤 루.. 2019. 8. 1.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각자에게 알맞는 것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각자에게 알맞는 것 내가 처음 '내' 컴퓨터를 갖게 된 때를 떠올려 본다. 삼성 그린 컴퓨터였던 것 같은데, 그것은 정말이지 '인생의 사건'이었다. 괜히 교과서(『국사』책이었던 것 같다)를 타이핑해보기도 하고, 오래된 비디오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주성치 영화들을 보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이었는데, 진짜 꿈 같은 일은 '모뎀'을 달고난 다음에 이루어졌다. 전화선이 꽂힌 컴퓨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등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것도 꿈 같은 일이었지만, 전화비 20만원(20년 전 20만원은 지금 20만원과 무게감이 다르다)이 청구된 것이 진짜 꿈 같았다. 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여하튼 그렇게 나는 컴퓨터.. 2019. 7. 22.
가족, “사무쳐서 찢어지고 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가족, “사무쳐서 찢어지고 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빚 준 자와 빚진 자가이생에 전(全)생의 빚이 꺼질 때까지전생의 빛을 걸고 한집에 모여피와 땀과 눈물을밥과 돈과 시간을 같이 쓰면서 서로의 채무자가 되어 어딜 가든 알려야만 하는 사무쳐서 찢어지고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한평생을 써내려가는 빚 좋은 살구빛 탕감 서사 _정끝별, 「가족장편선」,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 2019, 57쪽 아이가 생기고 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지만, 아직 ‘가족’이라고 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아이-나-애아빠의 구성보다는 나의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엔 남동생들(올케들과 조카들이 생기기 전의)이 떠오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신 재난상황을 가정하며 동생들을 내가 돌보아야 한다는 이.. 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