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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법륜을 굴리기 위해 나는 카시로 간다. 어두운 이 세상에 불멸의 북을 울리기 위해”_ 『마하박가』 중에서 “법륜을 굴리기 위해 나는 카시로 간다. 어두운 이 세상에 불멸의 북을 울리기 위해”_ 『마하박가』 중에서 전시장 같은 곳을 다니다 보면, 왠지 모르게 눈을 끄는 전시품이 있습니다.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 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를 찾았을 때는, 화려한 고대 인도의 조형물들 사이에서, 유독 부처님의 발을 조각해 놓은 ‘불족상’(佛足像)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투박해 보이는 발바닥에 새겨진 법륜. 평생 걸어다니며 법을 전하신 부처님의 일생이 저 두툼한 발자국에 담겨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전시된 많은 조형들 속에서 부처님의 자리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부처님의 모습을 새기지 못했던 장인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강을 건너면 .. 2024. 1. 26.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신은 죽었다 《원령공주》② 사건 신은 죽었다 《모노노케 히메》는 신의 죽음을 다룬다. 정확히 말하면 신의 자연사가 아니라 신의 살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전에도 숲이 죽어가고 있음을 경고하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라퓨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아래세계의 주재자가 실제로 죽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이 모티프를 다시 한번 사용한다. 신의 살해란 무궁무진한 신화의 바다에는 드물지 않는 일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들 하는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영원한 생을 꿈꾸는 길가메쉬는 자신의 위업을 새기기 위해 삼나무 숲의 거인 훔바바(Humbaba)를 베기 위한 전쟁을 한다. 그는 도끼를 들고 치고 또 치면서 훔바바를 쓰러뜨렸다. 물론 이 덕분에 훔바바에게만 깃들었던 일곱 광채와 .. 2024. 1. 25.
[내인생의주역시즌3] 산수몽, 형식을 써서 방향을 틀어라! 산수몽, 형식을 써서 방향을 틀어라! ䷃ 山水蒙(산수몽) 蒙, 亨. 匪我求童蒙, 童蒙求我, 初筮告, 再三瀆, 瀆則不告. 利貞. (몽, 형 비아구동몽, 동몽구아, 초서곡, 재삼독, 독즉불곡, 리정.) 몽괘는 형통하다. 내가 어린아이에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나를 찾는 것이다. 처음 묻거든 알려주지만 두 번 세 번 물으면 모독하는 것이다. 모독하면 알려주지 않으니 자신을 바르게 지키는 것이 이롭다. 初六, 發蒙, 利用刑人, 用說桎梏, 以往吝. (초육, 발몽, 이용형인, 용탈질곡, 이왕린.) 초육효,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초기에는 형벌을 가하듯이 엄격하게 하는 것이 이롭다. 그러고나면 속박하고 있던 차꼬와 수갑을 벗겨주어야 하니 그대로 나아간다면 부끄럽기 때문이다. 九二, 包蒙, 吉. 納婦, 吉,.. 2024. 1. 24.
[아이가왔다2] 옴마! 음마! 엄마? 옴마! 음마! 엄마? 15개월이 된 도겸이는 말귀를 꽤 잘 알아듣는다. 동시에 의사도 명확해지고, 주장(=고집)도 점점 세지고 있다. 처음 얘가 뭘 좀 알아가는구나, 하고 느낀 건 바나나 단어 카드를 들고 베란다로 뛰어가서 “(아주 거센 어조로) 음마! 엄마!”를 외쳤을 때였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물론 지나가다가 우연히 카드를 발견하고 곧 원하는 게 된 것 같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게 어디에 있는지까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 뒤로는 더 아이의 의사를 묻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도겸아, 밖에 나갈래? (1~2초) 집에 있을래?”, “딸기 줄까? (1~2초) 바나나 줄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로 물으면, 아이는 명확하게 대답한다. 밖에 나가고 싶을 때는 .. 2024.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