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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석기 시대] 손, 연결의 도구 손, 연결의 도구  1. 한결같은 돌도끼  한여름 공주 금강변은 매우 뜨거웠다. 선사의 금강인들이처럼 나도 어떻게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는 〈석장리 박물관〉의 전시실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느끼며 도끼를 든 인류의 난감한 미래를 희망을 갖고 상상해보았다.  기술 철학자이자 공생의 인류학자인 E.F. 슈마허는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는 우리 형이상학의 산물이라고 했다. 슈마허는 지금 이 세계가 근대 형이상학의 수족인 과학과 기술의 자식이라고 보면서, 특히 지금의 기술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기술의 목표를 한계를 모르는 생산력에서 잡는 근대적 사고방식은 반생명적이므로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명이다. 존재하는 .. 2024. 11. 14.
『한뼘 양생』 리뷰 - 나도 사는 동안 힘껏 살아보겠다 나도 사는 동안 힘껏 살아보겠다진희수(규문)오래전에 수강 중이던 한 과정에서 일리치 강의를 하시는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외모에 깜짝 놀랐었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시작했다는 말씀에서 그 무게가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 게 아닐까라고 짐작만 했었다. 그때 어머니들과 함께 자기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을 하신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막연하게나마 우리 엄마에게도 저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그럴 수 있는 딸이기를 소망했다. 그 10년을 기록한 선생님의 책이 드디어 나왔다. 책에는 노화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살면서 겪는 다양한 모습들이 과하지 않게 그렇지만 담담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이 책은 곳곳에서 공감을 유발한다. 특히나 오십 중.. 2024. 11. 13.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미야자키 하야오,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저는 소~올직히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하면, 그의 작품보다는 지브리의 그 엄청난 굿즈들이 떠오릅니다. 다들 아시죠? 생김새는 귀엽기 그지없지만, 가격은 아주 딴판인 온갖 캐릭터 상품들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캐릭터 참 좋아하는 저이지만 용케 정신을 차렸는지 어쨌는지 지브리 관련 상품은 볼펜 한 자루, 수첩 하나가 없네요. 하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열 굿즈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 있으니까요... 2024. 11. 12.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오선민 선생님 인터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오선민 선생님 인터뷰   1. 책 제목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입니다. 책 제목을 키워드 삼아 한 가지씩 여쭙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미야자키 하야오’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 이전에 소개하신 프루스트나, 카프카, 레비-스트로스 등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이례적이었던 이번 여름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같은 태양’ 아래에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랗게 변하기도 전에 타 버린 은행나무라든가 휴가도 없이 일하는 에어컨이라든가, 많은 것들이 같이 폭염을 겪었어요. 저는 나 아닌 것, 인간 너머의 것, 보이.. 202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