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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by 북드라망 2024. 11. 12.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미야자키 하야오,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저는 소~올직히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하면, 그의 작품보다는 지브리의 그 엄청난 굿즈들이 떠오릅니다. 다들 아시죠? 생김새는 귀엽기 그지없지만, 가격은 아주 딴판인 온갖 캐릭터 상품들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캐릭터 참 좋아하는 저이지만 용케 정신을 차렸는지 어쨌는지 지브리 관련 상품은 볼펜 한 자루, 수첩 하나가 없네요. 하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열 굿즈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굿즈가 아닙니다. ‘굿’(good)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분명 ‘굿’입니다! 




 
에브리씽,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전작

저, 실은…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몇 개 안 봤었습니다. 심지어 본 중에는 극장에서 숙면을 취하고 온 영화도 있습니다(<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는데요, 새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면서 ‘아, 저런 건 『신화의 식탁 위로』에서 본 것도 같은데’ 하면서 잠으로 빠져들었던 것도 같네요;;). 이런 저이지만 무슨 복인지,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을 순서대로 차례차례 보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의 작업을 해야 했으니까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이 책에서는 미야자키 장편 애니 11편 전체를 다룹니다. 전 처음에 ‘아, 오선민 선생님이 지브리 덕후신가 보다’ 했는데, 이게 웬일? 곧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드리겠지만, 선생님 인터뷰에 따르면 ‘만물관계학’이란 주제를 염두에 두고 미야자키 하야오를 주목하게 되신 것은 코로나 이후라고 합니다. 11편을 내리 보기에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11편 전체를 한 편 한 편 뜯어보며, 글로 풀어내기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책에서나 인터뷰에서나 선생님께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구석구석을 정말 자세하게 그린다고 감탄하시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미야자키를 발견해 내시는 선생님을 보고 입을 쩍쩍 벌리게 됩니다. 저처럼, 미야자키 애니 아직 다 못 보셨던 분들, 오선민 선생님 눈 따라가세요. 거기에 미야자키의 ‘에브리씽’이 있습니다.   

 


에브리웨어, 

어디에나 있는 존재들과 만나기, 관계 맺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는 ‘애니미즘’입니다. 오선민 선생님께서는 ‘만물관계학’이라고도 정의하셨는데요, 바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냐 하는 문제를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살펴본 것이지요. 그리고 미야자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든 것과 관계를 맺는 방법은 자기 자리, 즉 자신의 일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부모가 있거나 없거나, 소년은 자신과 친구의 끼니를 챙기고, 소녀는 자신의 도시락을 싸고, 속상한 일이 쌓여도 빨래만큼은 쌓이지 않도록 빨래를 개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인사를 하고, 비를 맞는 상대에게 우산을 건네고, 누군가의 물건(마음)을 배달하고…. 여느 영화에서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됩니다.  
미야자키의 애니를 보면서, 오선민 선생님의 글을 따라가면서, 살아생전 오무나 거신병(얘가 아무리 꽃을 가꾸고 그런다고 해도)을 만나고 싶진 않지만(흠흠), 토토로를 만나고 싶다,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조금 두근두근하기도 했다면, 지천명을 앞두고 주책일까요;;). 힌트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128쪽에 있는데요, 살짝 보여 드리자면…, 

 


원고를 보면서, ‘아, 굿즈 사고 싶다’ 하는 마음보다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낸 저를 칭찬합니다. 아니, 그런 마음을 갖게 해주신 오선민 선생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혹은 있을, 사람들, 사람이 아닌 생물들, 무생물들과 트고 지내고 싶어지는 책. 

 

올 앳 원스, 

만화영화 감독과 만화 인류학자를 동시에!
더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움직이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동화 인류학자에서 이제는 만화 인류학자로까지 점프하신 오선민 선생님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면 바로 이 책,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입니다. 이런 조합 쉽지 않아요. 이 조합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상입니다. 책은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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