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직장생활 - 사이사이로 흘러드는 고마운 애정들_아빠
딸의 직장생활 - 사이사이로 흘러드는 고마운 애정들 이제 10개월인 우리 딸은, 무려 ‘직장생활’을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출근해서 내내 놀고, 떼쓰고, 밥 먹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그러는데, 그런 그녀를 보고, 고미숙 선생님께서는 ‘인턴사원’이라 하셨다. 물론 하는 짓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인턴사원’이 아니라, 사장의 철 안 난 자식 같은 모습인데,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 딸은 아빠네 회사 사장님의 '철'은커녕 ㅊ도 안 난 딸이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회사에서 아빠의 주업무는, 집에서 그러하듯 ‘육아’다. 아니 집에서도 ‘육아’가 주업이고, 회사에서도 ‘육아’가 주업이면 그냥 집에서 ‘육아’하지 왜 출근까지 해서 ‘육아’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양육자에게 외출은 절대로, 결단코, ..
2018. 3. 9.
아이작 아시모프,『아이, 로봇』 - 어떤 거짓말들에 관하여
아이작 아시모프,『아이, 로봇』 - 어떤 거짓말들에 관하여 오래된 주택가였다. 금가고 깨진 곳 투성이의 창백한 시멘트 포장길에는 가장자리마다 잡초가 무성했다. 한때는 그 길에 초록의 생기를 더했을 테지만, 이미 때는 스산한 11월 중순, 그 채찍같던 잎새마저 누렇게 말라붙은 지 노래였다. 스치는 기억에는 재개발로 한참 시끄러웠을 무렵 뉴스에서 이 동네 이름을 보았던 것도 같았다. 줄눈이 바스러져내린 시멘트 블럭 담벼락에 서툴게 갈겨쓴 빨간 스프레이 글씨, 천만년은 걸려있었나 싶게 날긋날긋 헤어진 플랭카드, 드문드문 붙어있는 찢긴 공고문의 글귀들이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로, 창가에 쌓아올린 세간살이에 가로막혀 햇빛 한 점 안 들게 생긴 허름한 살림집들 중간중간에, 선명한 빈집의 ..
2018.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