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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눈에 띈 책들 2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마리나 칸타쿠지노, 김희정 옮김, 부키 책소개죄와 용서를 둘러싼 여러 종교적 진리와 철학적 성찰들을 접하며 우리는 용서의 조건이나 가치를 배우지만, 수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어쩌면 용서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용서를 가리켜 숭고하면서도 겸양의 미덕을 일깨우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무가치한 몸짓에 불과하다며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의견이 분분한 개념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용서가 유동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어떤 계기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에 따라 날마다.. 2018. 2. 27.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그때 간병인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다. 여든여덟이 된,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는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가 된 노인의 모습이었고, 간병인은 그런 어머니를 죽음을 앞둔 노인 취급을 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 들렀지만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옆 환자의 보호자들이 간병인이 어머니를 방치한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간병인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는 어머니의 의욕없음이 더 걱정스러웠다.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나라도 어머니 같은 분을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간병인에게 편지를 썼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식성은 어떠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입원을 하고 있는지 등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 2018. 2. 26.
아기의 생존전략, 피로를 드리지만, 귀여움도 함께 드려요_아빠 아기의 생존전략, 피로를 드리지만, 귀여움도 함께 드려요 이번 주 들어서 내내 몸이 무겁고, 피로하기에 명절 증후군이려니 했다. 그런데 아니다. 고단한 명절을 돌파했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 아니고, 명절을 기점으로 우리 딸이 급성장, 급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다. 아기가 기어 다니는 상태에서 맞는 첫명절(추석 땐 거의 누워만 있었다)이다. 피곤하지 않을 리가... 요즘 아빠의 일상을 요약하자면, 이유식 먹이고, (딸을) 잡으러 다니고, 기저귀 갈고(또는 갈면서) (딸을) 잡으러 다니며, 이유식을 만들면서 (딸을) 멀리 옮겨놓고, 냄비를 휘적휘적 한 후 또 (딸을) 잡으러 간다. 그런 후에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잡으러 가고, 잡아오고, 잡혀오다 울고, 달래고, 이유식은 냄비에 눌러 붙고,.. 2018. 2. 23.
1912년, 큰 일이 일어난 해 1912년, 큰 일이 일어난 해 사기꾼의 탈을 벗기다 『관찰』(1913)은 수줍은 문학청년을 책상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공격적 작가로 변신시켜준 단편집입니다. 실제로는 1912년 말에 출판되었습니다. 카프카는 일기와 문학 노트에 써 두었던 여러 작품을 고르고 다듬은 다음, ‘관찰’이라는 이름으로 엮었는데요,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모든 단단한 지반들이 ‘단지 그렇게 보일 뿐’임을, 단 한번의 산책으로도 그 점을 알 수 있음을 그려냈습니다. 카프카는 『관찰』에 실릴 작품들의 순서에도 고심을 했습니다. 반드시 첫 작품은 「국도의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며, 출간 직전에 급히 라이프치히의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요. 저녁 무렵 부모님의 집 정원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잠을 자지 않는 남쪽 나라로 .. 2018.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