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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X들뢰즈 - 신은 죽었고 매번 차이나는 것이 되돌아 온다 니체X들뢰즈 - 신은 죽었고 매번 차이나는 것이 되돌아 온다 인생의 그 어떤 순간도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생生을 지탱하는 게 아닐까? 동일자가 매번 그대로, 동일하게 되돌아 온다면……, 지루해서 견디지 못할 것이다. 매번 동일하게 되돌아온 신이 죽어버린 것처럼. 여하간, 그렇게 다른 것들이 되돌아온다는 것은, 세계의 저변에 '생성'이 놓여있음을 반증한다. '희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생성' 때문에 희망을 갖곤한다. 나 스스로가 (이전과) 차이나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변화가 원리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희망'에 기대지 않고 '허무'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차차 익혀가기로 하자. 들뢰즈가 만든.. 2019. 12. 30.
고정된 용도가 없다는 것 고정된 용도가 없다는 것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물건이 용도가 정해져 있다. 가령 책이라면 읽거나 냄비 받침으로 쓰거나 정도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계에선 용도에 제한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무한한 쓰임을 얻는다. 우리집에 꽤 오랫동안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라는 용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색연필이 건축물의 소재가 되었다. 더 어릴 때는 혹시나 다칠까봐서 꺼내주지 않았던, 조금 뾰족한 색연필을 주었더니 그림은 안 그리고 탑을 쌓아 올린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책은 까꿍놀이용, 냄비는 머리에 쓰는 용도, 도미노 블럭은 바닥에 쏟는 용도.... 베르그송이나 들뢰즈가 순수생성이라는 개념을 창안할 때도 이 녀석들을 참고한게 틀림없지 싶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 2019. 12. 27.
내 몸의 곳간을 비우는 법 내 몸의 곳간을 비우는 법 『동의보감』을 읽다보면 병과 치료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토(吐), 한(汗), 하(下), 토하거나 땀을 흘리거나 설사하는 것은 병증이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 이것이 치료법이 될 수 있다. 병이 상부에 있을 때는 토하게 하고 중간에 있을 때는 땀 흘리게 하며 아래에 있을 때는 설사시킨다. 계절에 따라 이 처방을 달리하는 것도 재미있다. 봄에는 토(吐), 여름에는 한(汗), 겨울에는 하(下)가 어울린다. 병은 대개가 담음(痰飮)으로 생긴다. 담음이란 진액, 즉 몸의 수분이 졸여져서 뭉친 것인데 이것이 진액의 흐름을 막고 기혈의 순환을 막아 온갖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도 있다. 간질이나 두려움 등 정신질환도 담음의 일종으로 본다. .. 2019. 12. 26.
[쿠바리포트]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한 달의 시간에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글을 다 읽고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서 무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아, 물론이다. 지난 한 달 간 내가 사는 아바나에서는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릴라군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상을 모험이라고 부르련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기본을 책임지는 디딤돌이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일상은 곧바로 재난이 된다. 쿠바는 이런 소소한 재난의 천국(?)이다. 도대체가 ‘이런 게’ 내 인생을 괴롭히는 주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 201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