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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리포트] 말 너머의 세계 (1) - 말 너머의 세계 (1)- 쿠바의 코로나, 전염병과 식량의 부재 관성적인 트랙에서 벗어나는 것, 연구실에서 흔히 표현하는 대로 ‘탈주하는 것’에는 사소한 단점이 하나 있다.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랑 말이 예전만큼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내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메이저리그의 세계니까. 그러나 그들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작업은 좀 어렵다. 마이너리그의 세계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좌충우돌 길을 만들면서 가다보면 나조차도 내가 뭐하고 사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러니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오죽하겠는가. 처음에는 원래 노선에 각도를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옛날 길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바닥으로 탈주 이런 탈주.. 2020. 5. 11.
카펜터즈 <Now & Then> - 아버지의 빽판, 나의 정규반 카펜터즈 - 아버지의 빽판, 나의 정규반 카펜터즈의 앨범이다. 어째서 단색 인쇄일까? 흑백도 아니고 보라/백색 1도 인쇄라니. 그러니까 이 음반은 청계천이나 황학동, 혹은 인천의 배다리 같은 곳에서 팔았던 일명 ‘빽판’이다. 그런데 이걸 ‘백판’이라고 쓰는 게 맞는지, ‘빽판’이라고 쓰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백반’만은 아니다. ‘빽판’은 익숙한 말로 ‘해적판’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한 음반이라는 이야기다. 요즘이야 불법복제를 한다고 해도 디지털 음원을 디지털 음원으로 옮기는 것이니 마음만 먹으면 (이른바) ‘원본’의 품질을 고스란히 복제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LP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음원을 양각된 금속판에 세기고(이걸 스템퍼stemper라고 부른다) 그 원.. 2020. 5. 8.
[연암을만나다] 생긴 대로 살자! 생긴 대로 살자! 연암은 출세의 관점에서 보자면 재야의 선비였지만 문장으로는 유명인사였다. 정조가 연암의 문장을 알아보고 글을 쓰게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역시 문장으로 명망 높던 선비 중, 연암에게 ‘글 피드백’을 부탁했다가 큰 원수를 지고 만 이가 있다. 이름은 유한준, 호는 창애(蒼厓)라는 이다. (그는 젊은 시절엔 연암과 친구였으나 결국 연암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못하고 분기탱천하여 ‘연암의 징-한 원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유감스럽게도 창애의 글은 연암의 앞에만 가면 탈탈 털렸는데, 그 이유는 그가 자기 문장을 쓰지 않아서였다. 연암의 말에 따르면, 그의 글은 경전 인용이 너무 많고, 여기저기서 말을 떼어오니 ‘명칭’과 ‘실상’이 서로 따로 놀아 흡사 ‘나무를 지고 다니면서 소금 사라고 .. 2020. 5. 7.
한무제, 제국의 여름을 보여주마!(3) – 1 한무제, 제국의 여름을 보여주마! (3) – 1흉노를 몰아내고 사방천리 영토의 주인이 되다! 외부로 향한 무제의 시선『한서』에서 무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반고는 무제의 치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본기와 열전파트에만 무려 50%에 달하는 비중을 할애했다. 이러한 한서의 구성은 마치 반고가 유독 무제를 편애한 것만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것은 반고의 편애가 아니라 무제치세의 실제다. 실제로 무제치세의 한나라는 온 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듯, 영토는 크고 넓었으며 인물은 많았다. 게다가 공적은 또 어찌나 많았는지 ‘육경의 지위 확립, 교사정비, 정삭 개정, 역법 개정, 음률의 표준 지정 및 봉선제도 확립, 태학 확립, 백신에게 제사, 주(周)의 전통을 잇는 문장과 제도 정비’등 어지간한 황제 2~.. 2020.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