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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레이번, 『아빠 노릇의 과학』 - '육아 아빠'라는 환상종 폴 레이번, 『아빠 노릇의 과학』- '육아 아빠'라는 환상종 ‘육아 아빠’라는 환상종 ‘아빠 육아’가 유행인 것 같다. ‘유행’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앞서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포털 사이트의 육아 섹션엔 거의 항상 ‘아빠 육아’ 관련 컨텐츠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놀이터나 소아과 같이 ‘애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아빠들을 보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 엄마’라는 표상은 여전히 굳건하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이 ‘맘까페’인 것도 그렇고, 실제로 거기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엄마인 것을 보아도 여전히 이 분야에서 ‘엄마’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놀이터와 소아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빠도 그저 보이기만 할 뿐, 그날.. 2020. 4. 27.
[生生동의보감] 풍병의 예방, 주리가 열리지 않게 하라 풍병의 예방, 주리가 열리지 않게 하라 고을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명치 주위로 몹시 뜨거웠는데 풍을 치료하는 약을 먹고 나았다. 후에 이릉(夷陵)에 가서 한 태수(太守)를 보았는데 여름에 갑자기 열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땅 위에 물을 뿌린 다음 자리를 펴고 누워 사람을 시켜 부채질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중풍에 걸려 수일 만에 죽었다. 또 예양(澧陽)에 가서 한 늙은 부인을 보았는데, 여름에 열이 나서 밤에 대청 마루에 나가 누웠다가 다음날 중풍에 걸렸다. (「잡병편」 ‘風’, 1018쪽) 풍(風)은 한의학의 병명 중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명칭이다. 주위에 풍에 걸리는 사람이 꽤 있다 보니 증상도 익숙하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거나 몸 한 쪽을 못쓰거나 눈이나 입이 비뚤어지고.. 2020. 4. 24.
[연암을만나다] 문장과 노는 역관 문장과 노는 역관 수능만큼이나 조선의 수많은 유생들은 과거에 매달렸나보다. 아니, 내 생각엔 유생들이 더 과했던 것 같다. 재수, 삼수가 아니라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한평생 과거에 매달린 사람들도 많았던 걸 보면 말이다. 거기다 어찌나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합격되기 위해 용을 썼던지 옆에 사람들 막대기로 찌르고 싸우기는 물론 온갖 비리가 속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렇게 열렬히 매달리던 과거시험도 합격하고 나면, 공부한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과거 시험 문장이라는 게 따로 있었는데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주여서 다른 곳에 응용할 수 있는 글쓰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에 대해 개탄하고 있던 어느 날, 연암의 옛 제자 ‘이군 홍재’라는 자가 찾아온다. ‘자소집(自笑集)’이라는 자.. 2020. 4. 23.
『듣기의 윤리』- '듣기'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듣기'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다가오는 모든 이방인-타자들에게 묻지도 판단하지도 않고 온전히 피난처를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절대적 환대라는 윤리적 요청은 생존을 내어놓을 만큼 위험해 보이고 또 그래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환대의 행위가 자기 배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만남의 장소에서, 모든 관용의 공간에서 절대적 환대는 살아 있어야 한다. 절대적 환대는 불가능하면서도 가능해야 하고, 현전하지 않으면서 도래해야 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경험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환대의 이념은 곧 정의다.”- 김애령, 『듣기의 윤리』, 205쪽 올해로 마흔이 되었다. 젊다고 하기엔 늙었고, 늙었다고 하기엔 여전히 젊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여서 어떻게 여기까지.. 2020.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