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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모색야생여행기] 2화 지질학적 문체로 쓴 여행기 지질학적 문체로 쓴 여행기 『슬픈 열대』, 우리 마음의 열대를 찾아서 편협한 유럽중심주의에 지친 레비스트로스는 유럽의 ‘바깥’을 기대하며 남아메리카 브라질로 떠났었지요. 그러나 어디에도 ‘바깥’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바깥’을 찾으려고 해도 그의 눈은 익숙한 풍경, 길든 관념밖에는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유럽에는 없는 대로와 자동차, 유럽에는 거칠고 투박한 살림살이와 먹을거리 등. 낯선 풍경 속에서 작동하는 것은 여전히 ‘유럽’이라는 척도였습니다. 우리는 『슬픈 열대』가 어떻게 이와 같은 인식의 곤란을 극복하는지를 차차 보게 되겠지요. 15년 만에 쓰인 『슬픈 열대』는 분명 인식의 딜레마를 해결한 레비 스트로스의 통찰이 들어 있을 테니까요. 사실 본격적으로 여행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의 전체 형식.. 2021. 7. 6.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 — 밑줄긋기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 밑줄긋기 무제는 장성한 아들들을 다 물리치고 겨우 여덟 살짜리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정치를 직접 돌보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 어린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무제는 자신의 아들들보다 자신을 보좌했던 신하들을 믿었다.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고 마무리하여 나라를 지켜야 할 시기, 무제는 여섯 아들 중 이 일을 감당할 만한 인물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무제가 보기에 한나라의 앞날은 곽광, 김일제, 상홍양, 차천추 이 네 명의 신하에게 달려 있었다. 유씨의 한나라가 유지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이 대신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 무제는 결단을 내린다. 장성한 아들들은 고분고분 대신들의 말을 듣기 어려울 터, 대신들이 섭정할 수 있도록 여덟 살의 막내.. 2021. 7. 5.
에필로그 : 『한서』 읽기, 반고의 마음 읽기 에필로그 : 『한서』 읽기, 반고의 마음 읽기 - 강보순(사이재 연구원) 종강 일. "우리가 『한서』 10권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글 ‘한번’ 써야하지 않겠어요?" 라는 길진숙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당연하죠!"라며 흔쾌히 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건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라거나, 『한서』에 대해 쓰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어떤 마음이 동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한번’만 쓰면 되는 줄 알았기에 응한 것이었다. 그런 글쓰기가 장장 1년여의 프로젝트가 될 줄이야. 이것이 내가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을 함께 쓰게 된 연유다. 이 때 깨달았다. 아! 책을 쓴다는 건 거대한 비전으로 무장하고 준비해야만 쓰게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인연과 더불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구나. 어쩌다 쓰게 되었으니, 글쓰.. 2021. 7. 2.
에필로그 : 『한서』, 막힌 삶을 탁 트이게 하는 사이다 역사 에필로그 : 『한서』, 막힌 삶을 탁 트이게 하는 사이다 역사 - 박장금(감이당 연구원) 난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왜 『한서』에 관한 글을 쓰게 된 것일까. 『한서』를 읽기 딱 10년 전, 연구실과 찐하게 접속하면서 난 명리와 동의보감과 인연을 맺었다. 재미나게 공부를 했는데 어느 순간 이 공부가 나의 좁은 시선에 갇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때 운이 좋게도 『한서』를 만났다. 여기엔 동아시아의 자연철학의 시선으로 운명과 몸을 탐구한 명리와 동의보감의 기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 시대야 말로 운명을 적극적으로 탐구한 시대였으며 몸, 삶, 우주, 자연을 관통하는 비전과 함께 인간의 욕망의 문제를 고민했던 시대였다. 『한서』에는 정말 많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등장만도 엄청난데 각각의 캐릭터.. 2021.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