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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퇴 이야기] 정년 백수의 새로운 인생 실험 정년 백수의 새로운 인생 실험최승천(감이당) 요즘 나의 아침은 알람 소리 없이 시작된다. 출근 시간에 맞춘 강제적 기상을 알리는 소리 대신 라디오의 조용한 음악 소리에 몸이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아침을 맞이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나는 대학 졸업 후 일주일 쉬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육아 휴직 제도 없는 근무조건 속에서 정년 퇴직까지 조직과 관계의 굴레를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했던 내가 출·퇴근에서 벗어난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몇 번의 사표 의지를 내세워야 할 지점도 마주했지만 대견하게도(?) 40년을 견뎌냈기에 사소한 아침맞이 변화가 나에게 큰 의미와 기쁨이다. 지나간 직장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인내와 책임감의 무게에 눌려 지내야 했던 시간이었기에 무거운 갑옷을 벗어낸 후련함과 그 세월을 끝까지 버텨냈.. 2025. 8. 8.
정신의 팽창, 페르소나와의 동일시 정신의 팽창, 페르소나와의 동일시 지 산 씨 (사이재) 나는 왕이다, 짐은 국가다! AI가 의사를 대신하여 수술을 하고, 기자를 대신하여 기사를 쓰고, 판검사를 대신하여 판결을 내린다. 이미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결하여 4승 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바둑계를 초토화시켰다.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AI는 이제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AI의 결과물을 판에 박힌 공산품이라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지능과 독창성과 예술성 그 어떤 방면에서도 인간 못지않다. 아니 인간을 뛰어넘는다. 21세기 인간들은 ‘신과 비슷한’ AI를 창조하셨다! 그런데 기술문명의 이 거침없는 도약에 비교할 때 인간의 마음은 어떤가.. 2025. 8. 7.
『녹색 자본론』 리뷰 _ ‘숲’에서 모노의 목소리를 듣다 『녹색 자본론』 리뷰 _ ‘숲’에서 모노의 목소리를 듣다 박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 곤경에 처한 예술과 사상 2001년 9월 11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무역센터에 두 대의 항공기가 충돌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이었다. 그로부터 5일 뒤 9월 16일, 독일의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은 기자회견에서 9‧11 테러를 두고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다음날부터 예정되었던 공연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사실상 사회적 공간에서 추방당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이 사건을 다르게 기록했다. 《녹색 자본론》의 세 번째 글 〈슈토크하우젠 사건―안전영역에 포섭된 예술의 시련〉이 그것이다. 그가 보기에, 슈토크하우젠은 9‧11 테러를 지지한 것도, 극찬한 것도 .. 2025. 8. 6.
『녹색 자본론』 리뷰 _ ‘대칭성 사회’의 일원이 될 결심 『녹색 자본론』 리뷰 _ ‘대칭성 사회’의 일원이 될 결심 성민호(고전비평 공간 규문)“포르도는 끝장났다.” 지난 달,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한 후 트럼프는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은둔했고 사실상 항복했다는 뉴스가 퍼졌다. 중동 최강국이자 이슬람 세계의 기둥인 이란이 무력하게 무너졌다. 서구적 ‘국제질서’가 다시 승리를 거뒀다.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일종의 망연함이 가슴에 남았다. 이 슬픔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조된 전운이 해소되고, ‘무법적’ 핵개발이 억제되고, 어쨌든 다시 ‘평화’가 도래했는데 왜 나는 이리도 울적한 걸까?우선적인 이유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 친밀감 때문일 것이다. 7년 전 나는 규문의 친구들과 한 달 간 이란을 여행했다. ‘소-생 .. 2025.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