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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⑩ 지고한 기쁨을 위한 과학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⑩ 지고한 기쁨을 위한 과학 구혜원(규문) 과학을 공부한다는 건 뭘까?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내게 과학은 기술과 연관이 있었다. 발전된 기술은 더 편안한 삶에 기여한다. 과학기술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걷어내 준다. 더위도, 추위도 모르게 해 준다. 질병도, 그리고 어쩌면 죽음도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과학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과학은 나와 동떨어진 영역이라는 생각도 한다. 과학이라는 말은 어쩐지 '저는 문과인데요'라는 대답을 예비하게 된다. 내가 손 놓고 있어도 신기하고 획기적인 기술은 날마다 나오고 있다. 하지만 루크레티우스는 이렇게 묻는 것 같다. 편안함과 쾌적함을 제공하는 과학에 대한 믿음이.. 2023. 7. 18.
[공동체, 지금만나러갑니다] 공부하고 실험하는 에코실험실 파지사유 공부하고 실험하는 에코실험실 파지사유 김고은(문탁네트워크) 2009년 9월 출범한 ‘마을에서 만나는 인문학공간 - 문탁네트워크’는 십여 년간의 실험과 진화 끝에, 2021년 초 ‘문탁네트워크’, ‘파지사유’, ‘인문약방’으로 분화되었다. 파지사유의 풀네임은 에코실험실 파지사유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용기내 가게가 눈에 띈다. 벽면에 층층이 쌓인 나무 선반 위로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필통, 커피 찌꺼기로 만든 화분, 스텐 빨대,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손작업장 자누리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비누가 보인다. 그 위로는 코코넛으로 만든 세척 솔, 니트 수세미, 소창 손수건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는 자누리 비누 선물 세트와 자투리 천으로 만든 에코백이 카운터에 놓여 있다. 인터뷰이 뚜버기 선생님은 외.. 2023. 7. 17.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⑨ 우주를 믿는다면 두렵지 않다!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⑨ 우주를 믿는다면 두렵지 않다! 정건화(규문, 『청년, 니체를 만나다』 저자) 이 책을 가로지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두려움’이다. 책의 저자이자 나의 친구인 민호는 “내 안의 형체 없는 두려움을 어떻게든 이해해볼 수 있을까 하는 바람”(264쪽)을 붙잡고 루크레티우스에 관한 글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두려움이라. 민호는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두려움이라고 말하고 보니,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두려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의 층위는 참으로 다양하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보장받지 못할까봐 두렵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두렵고, 사고나 질병이나 노화로 몸이 이전과 같지 않을까봐 두렵고,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날까봐 두.. 2023. 7. 14.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⑧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리뷰 ⑧ 최난희(규문) 니체는 글을 쓸 때 괴테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준칙으로 삼았다. “내 활동을 키워주지도 않고 내게 직접 활기를 불어넣지도 않으면서 단지 나를 가르치려고만 하는 모든 것을 나는 증오한다.” 책도 물성을 지닌 생명체다. 읽으면서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왠지 조아리게 하는 책이 있다. 한 분야의 전문들의 오랜 연구 결과가 집약된 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괴테가 말한 ‘단지 가르치려고만 하는’ 책은 전문적인 영역의 권위를 배경으로 독자로 하여금 수동적인 학생으로만 머물게 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 활동을 키워주고 내게 직접 활기를 불어넣’는 책이다. 함께 가보자고, 함께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그래서.. 2023.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