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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도약 아기의 도약 우리 딸은 태어난 지 180일이 넘었다. 뒤집기는 112일에 성공! 하지만 아직 되집지(다시 누워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는 못한다. 그래서 몇 달 혼자 잘자던 아기가 밤에 자꾸만 깨기 시작했다. 자면서도 뒤집기를 연습하는 지 분명 누워서 재웠는데 가보면 자꾸 엎드려서 울고 있다. 자기 혼자 다시 뒤집지를 못하니 눕혀달라는 것이다. 낮에 아무리 뒤집기 연습을 많이 시켜도 또 뒤집기 방지 쿠션을 써도 소용없었다. 다른 엄마들은 말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아기가 다시 되집기를 할 수 있다면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아기가 어느 순간 되집기를 했다. 팔을 한쪽으로 위로 뻗으며 쓰윽 빼더니 뒤로 벌러덩 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며칠 더 연습하더니 이제는 혼자 뒹굴 .. 2023. 9. 4.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나우시카, 나르시즘의 불을 꺼라! 나우시카, 나르시즘의 불을 꺼라! 미야자키는 전쟁광?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쟁광인가? 미야자키는 전투기나 탱크와 같은 다양한 무기를 연구하고, 인류의 전쟁사를 공부하는 데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잡상노트》라고 미야자키가 가끔씩 연재하는 만화가 있는데, 대부분이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들이 무기를 다루는 에피소드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인터뷰집인 『출발점』에서 그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미야자키 작품을 전쟁을 다루었느냐 아니냐로도 나눌 수 있다. 《나우시카》,《라퓨타》,《붉은 돼지》,《원령공주》,《하울의 움직이는 성》,《바람이 분다》에는 직접적으로 전쟁이 묘사된다. 하지만 《토토로》,《마녀 배달부 키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포뇨》에는 전쟁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미야자키에.. 2023. 9. 1.
[내인생의주역시즌2] 불임 사회, 광주리와 양을 찾아서 불임 사회, 광주리와 양을 찾아서 雷澤 歸妹(뇌택귀매) ䷵ 歸妹, 征凶, 无攸利. 귀매괘는 섣불리 나아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初九, 歸妹以娣, 跛能履, 征吉. 초구효, 잉첩으로 시집보내니 절름발이가 걸어가는 것이나 그대로 나아가면 길하리라. 九二, 眇能視, 利幽人之貞. 구이효, 애꾸눈으로 보는 것이니 차분하고 안정된 사람의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六三, 歸妹以須, 反歸以娣. 육삼효, 시집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니 돌이켜 낮추어서 잉첩으로 시집보낸다. 九四, 歸妹愆期, 遲歸有時. 구사효, 시집갈 혼기가 지난 것이니 시집가는 일이 지체되는 것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六五, 帝乙歸妹,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 吉. 육오효, 제을이 어린 누이를 시집보내는 것이다. 본처의 소매가 잉첩의 소.. 2023. 8. 31.
[돼지 만나러 갑니다] ‘그 쪽’으로 가는 길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2023.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