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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는 귀여워] 어둠의 속도 어둠의 속도 모로(문탁네트워크) 올해부터 일리치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열심히 쌍화탕을 달이며, 공부와 삶이 연결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귀여운 것을 좋아하고,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항상 궁리중. 루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루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루는 패턴을 읽고,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 루는 정직하다. 루는 매일 매일 정해진 일과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루는 우주를 사랑하고,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 엘리자베스 문의 sf소설 의 주인공인 루는 자폐인이다. 소설의 배경은 어릴 때 초기 개입으로 대부분의 유전병을 없앨 수 있는 시대다. 태어났거나, 아니면 뱃속에 있을 때 발견된 질병들은 적절한 개입을 통해 ‘정상화’된다. 물론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사람은.. 2025. 4. 15.
[나의 은퇴 이야기]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수니(고전비평공간 규문) 때를 맞이하다나는 2024년 6월 말에 직장에서 퇴직했다. 퇴직 전부터 규문 크크랩에서 그림, 사진, 영화 등 예술 관련 공부를 3년째 하고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작가론이나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 비평을 쓰는 경험들은 어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기쁨이 공부를 이어오게 한 게 아닐까 싶다. 퇴직 전까지는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아침과 저녁, 주말 시간에 공부를 해 왔다. 바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정년 퇴직’ 시기가 코 앞에 와 있었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연령인 만 60세가 되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손꼽아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을 보낸 직.. 2025. 4. 14.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 순수한 것은 없다 나는 역사를 공부한다. 되도록이면 또래들과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내 또래들에게 역사는 그렇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나 또한 ‘역사’에 시큰둥했다. 돌이켜 보면, 무조건 암기해야 된다,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고리타분하다 등등의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유명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에 대해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민족주의적 발언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때는 이미 어떤 ‘역사’가 전제돼 있다. 청년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할 때의 ‘역사’란 일반적으로 ‘한국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역사’다. 학교에서 공부한 역사는 .. 2025. 4. 11.
[기린의 걷다보면] 계속 걷다 계속 걷다  1. 걷기의 장면들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걷기로 먹은 마음을 접기는 싫었다. 어디로 걸을까 하다 성남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에게 전해 줄 물건을 담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죽전을 지나 성남으로 이어지는 탄천으로 접어들었을 때도 멈추지 않았다. 친구의 집을 절반 쯤 남긴 이매교를 지나서부터는 점점 더 굵어졌다. 모란을 지날 때는 비옷 안으로 물이 들이쳐 옷이 젖고 넘치는 탄천의 물로 신발은 물로 가득 찼다. 더 이상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그저 물길을 첨벙첨벙 걸어서 친구 집 앞에 도착해 전화를 했다. 친구는 집에 없었다.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빗속을 네 시간, .. 2025.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