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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린 선생님의 임진왜란 이야기] “외교”라는 개념의 함정 “외교”라는 개념의 함정 허남린 선생님(캐나다 UBC 아시아학과 교수) 임진왜란 연구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 산들은 높낮이가 서로 다르고, 모양도 제멋대로 이다. 경사도 제각각이고, 그리고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얽혀 있는 사이로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계곡들이 사방으로 흘러 내린다.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헤치는 것이 쉽지 않다. 전란은 6년 반이나 지속되었지만, 그 가운데 4년은 대규모 살육이 없었다. 왜적이 부산으로 후퇴하고 그리고 웅크리고 있으면서, 히데요시는 실패해 가는 침략을 어떻게 마무리 짓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몰두했다. 대량 살육을 멈추니, 중국 명나라는 이를 받아 어떻게 하던 말려들고 만 전란을 끝내려 했다. 조선도 이를 위해 따라오라고 압력을 가했다. 4년여의 이런 과정을.. 2025. 10. 27.
[지금, 이 노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OST - ヒグチアイ(히구치 아이) <悪魔の子>(악마의 아이) 애니메이션 OST - ヒグチアイ(히구치 아이) (악마의 아이)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애니메이션 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합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을 정주행했다. 과거에 원작 만화를 재밌게 봤었는데, 최근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화제가 되는 것 같아 마음먹고 감상했다. 120편이나 되는 꽤 방대한 분량이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단순히 벽 안의 인간과 거인의 싸움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관이 벽 밖의 사회로 확장되며 끝없는 전쟁과 증오의 굴레, 인간의 욕망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좋았다.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인 만큼 갈수록 작화와 OST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데, 화룡점정을 보여주는 건 4기 2쿨 엔딩 곡인 다. 가사에서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생명을 짓밟는 건 옳은지.. 2025. 10. 24.
[현민의 독국유학기] 실패하는 이야기 실패하는 이야기 글_현민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가을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간다. 이번 여름에는 많은 실패를 했다. 살면서 이렇게나 많이 실패해본 적이 있던가? 처음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기를 결심했을 땐 당연히도 많은 실패와 고난을 예상했다. 이 정도로 주저앉으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실패하는 일은 늘 낯선 감각을 가져다준다. 떠나온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기’라는 결론은 별로 달갑지 못하다. 이번 여름 나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할까 봐 불안했다. 독일에 도착해 1년간 어학연수를 한 후, 나는 책과 관련된 아우스빌둥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우스빌둥이라는 .. 2025. 10. 23.
[박소연의 브라마차르야] 결혼만 3천 번? - 수많은 아프로디테를 만나다 브라마차르야 vs. 아프로디테결혼만 3천 번? - 수많은 아프로디테를 만나다박 소 연(남산강학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음식, 술, 여자와 춤─ 는 그의 건강하고 왕성한 몸에서 사라지거나 둔화되는 날이 없었다.”(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81쪽) 가진 것이라곤 달랑 산투르 하나. 말년에 ‘오라지게’ 추워 결혼하기 전까진 늘 길 위에서 살았다. 혁명이다, 전쟁이다 해서 혼란스러웠던 그리스에서 형형한 마음과 우렁찬 신체로 자유를 구현했던 조르바! 그의 자유는 ‘음식, 술, 여자와 춤’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나지 않은 게 아니라 그것들이 늘 생생했기에 자유로웠다. 놀랍다. 인간의 욕망 그대로가 자유의 표현일 수 있다니. 사람이 .. 2025.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