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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갱부』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힘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단 한 명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 살고 싶다든지, 이대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세키의 『갱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절망의 끝에서 나 몰라라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정면 돌파할 수 없다면 삼십육계 줄행랑도 좋은 계책이라 하지 않던가. 따져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정주부가 ‘살림을 탕탕 뽀사 뿌리고’ 가출한들 겨우 찜질방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되돌아오듯 말이다. 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만이 강렬하다. 『갱부』는 이런 심정에 사.. 2019. 6. 19.
아트 슈피겔만, 『쥐』-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아트 슈피겔만, 『쥐』 1.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고 수업도 그 해의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봄에는 ‘학교’였다. 여름에는 ‘집’이었다. 가을에는 ‘마을’을 하고, 겨울에는 ‘세상’. 처음부터 그렇게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해의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기에 집보다도 학교를 먼저 놓았다. 익숙하다 여길 테지만 실은 턱없이 낯설 ‘집’이 두 번째였다. 늘 거닐면서도 지각 밖에 있을 ‘마을’은 그 다음이었다. ‘세상’은 마지막이었다. 앞의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즌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어.. 2019. 6. 18.
[아이가 왔다] 공룡이 나타났다 공룡이 나타났다 여기는 중생대 백악기 어느 대륙도 아니다. 그렇다고 쥬라기 파크도 아니다. 이곳은 '삼X공룡X마파크'라는 곳으로, 몇가지 거대한 공룡 모형과 도무지 의도와 목적을 알 수 없는 로봇, 원시인, 오리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가 9천원인데(25개월 미만은 무료...였던가...) 어른의 눈으로 보자면 도대체 어째서 그 정도의 가격인지 납득이 안 간다. 말하자면 가성비가 몹시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26개월짜리의 세계관 속에서 이곳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모험의 세계였던 듯. 신이 나서 염소, 토끼, 오리를 관람하다가, 집에도 있는 말타기 인형도 타고, 공룡이 살아 숨쉬는 대지를 이리저리,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사실 나는 수차례 밝혔듯, 이런 곳에 다니는 걸, 아니 주말에 .. 2019. 6. 14.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 (2) 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 (2)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그날따라 아침부터 부산했다. 무심코 평소 시간대로 오는 아이들이 없도록 전화도 해야 했고, 미리 언질을 한 마을 장터 운영진과도 재차 연락해 일정을 확인해야 했다. 안에서 수업하는 것에 비해 여러.. 2019.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