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199 [동화인류학] 숲의 죽음을 넘보지 마라 숲의 죽음을 넘보지 마라 숲은 카오스다. 왕은 거지가 되고 공주는 재투성이가 된다. 엄마는 마녀가 되고 인간은 까마귀가 된다. 이처럼 숲은 만물이 제 자리에서 벗어나는 유동적 에너지의 장이므로 여기에서는 까딱하다가는 정신줄 놓게 되거나 아예 목숨을 버릴 수도 있다. 숲에는 죽음이 지척에서 차가운 입김을 뿜고 있다. 그림 형제는 동화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이야기는 죽음의 이미지를 대단히 많이 보여준다. 차마 가족을 위한 이야기로 넣을 수 없는 민담 중에는 「아이들의 돼지 잡기 놀이」라는 것도 있는데, 아버지가 돼지를 잡는 것을 본 뒤에, 그것을 흉내내려고 푸주한 역할을 한 아이가 돼지 역할을 한 아이를 칼로 목을 쳐 죽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끔찍한 가족의 비극을 아이들이 봐서는.. 2020. 12. 28. '동화인류학'이란 무엇인가? 동화, 인류 최고(最古)의 웃음 '동화인류학'이란 무엇인가?동화, 인류 최고(最古)의 웃음 동화에는 법칙이 있다 동화인류학. 나는 내 공부의 학명을 이렇게 정의한다. 동화로 인류를 연구하기! ‘인류’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늘 먹고 살 것을 고민했던 바로 그 존재를 말한다. 동화와 같은 구전문학을 다루는 민속학에 ‘동화인류학’이라는 분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은 인류학과에서 「백설공주」나 「흥부와 놀부」를 다루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어린 시절에도 읽고, 엄마가 된 지금도 읽고 있는 이 옛이야기에서 나날의 일상을 관통하는 고래(古來)의 법칙과 만물에 대한 지극한 감수성을 발견한다. 오늘은 여러분께 어떻게 ‘동화인류학’이라는 주제와 만나게 되었는지 그 질문의 여정을 말씀드리고 싶다. 아.. 2020. 12. 21. [동화인류학] 변신 이야기 나는 변신한다, 고로 존재한다 변신 이야기나는 변신한다, 고로 존재한다 커서 뭐가 될까? 둥자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을이다. 둥자 : “엄마, 내가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어?” 母 : “넘어져도 잘 일어나고, 짜증 안내고 씩씩하고 또 …. ”둥자 : “엄마, 직업말이야, 직업!”母 : “음. 동물을 좋아하니까 수의사? 아니면 화가? 아니다, 아니야. 빵을 좋아하니까? 제빵사?” 둥자 : “엄마, 뭐 ‘사’ 자나 ‘가’ 자 들어가는 거 말고. 그건 공부 많이 해야 된다며. 그리고 저번에 내가 빵집 아줌마 되겠다고 발표하니까 모두 웃었어.”둥순 : “야, 너 특별히 하고 싶은 게 뭐야?” 둥자 : “그게 없단 말이지.” 둥자는 자기는 왜 꿈이 없냐며 요즘 직업을 찾기에 바쁘다.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별로란다. 둥순이는 일찌감.. 2020. 12. 14. 둥글레의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약사가 되기 싫었다 나는 약사라는 직업에 그다지 소명의식이 없었다. 약대 대신 미대에 가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 어떤 과목보다 미술 시간에 집중했다. 미술로 먹고 살 자신이 없어서 엄마가 권한 약대에 갔지만 미술은 내게 못다 이룬 꿈이었다. 약사가 되어서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으로 미술을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실제로 스물아홉 되던 해에 국내 미술 대학원 두 곳에 지원했다. 한 곳은 무참하게 떨어졌고 다른 한 곳은 전문과 과정으로 합격했다. 서류전형인 곳에서는 인터뷰 내내 미술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받았고, 시험을 치른 곳은 탈락자가 한 명도 없어서 이건 뭔가 싶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유학을 가서 제대로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학비가 .. 2020. 11. 30. 이전 1 ··· 88 89 90 91 92 93 94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