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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양생(養生), 자연의 결대로 살기 양생(養生), 자연의 결대로 살기 1.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회의 자연을 거스르고 자연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 이를 인위라고 한다. 장자가 보기에 바로 이 인위가 자연의 산물들을 부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몰아간다. 특히나 인간들은 자신을 최고라 간주하며 혹은 자신의 자리를 완성된 상태라 여기며 다른 존재들에게 '인간적 은혜'를 베푼다고 착각한다. 물론 타자들에게 들씌워진 이 은혜는 너무나 인간적인 '굴레'에 불과하다. 무엇을 하늘의 자연[天]이라 하고, 무엇을 사람의 작위[人]라 합니까? 북해약이 대답했다. "소와 말에게 각기 네 개의 발이 있는 것, 이것이 하늘의 자연이오. 말 머리에 고삐를 달고 쇠코에 구멍을 뚫는 일, 이것이 사람의 작위요. 그래서 '인위로 자연을 파멸시키지 말라. 고의로 천성을.. 2017. 8. 3.
카프카의 일기 : 굶기의 예술 카프카의 일기 : 굶기의 예술 일기는 자신이 노출되어 있는 위험스러운 변신을 예감할 때, 작가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서 작성한 일련의 지표들이다. 그것은 여전히 나아갈 수 있는 길, 다른 길을 들러 살펴보고 때로는 앞지르는 일종의 순찰의 길이다. 떠돎이 끝없는 임무가 되는 다른 길.(모리스 블랑쇼,「‘일기’에의 의지」,『문학의 공간』) 1. 어느 단신 광대 카프카는 후두 결핵으로 죽기 직전에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최후로 교정을 보고 있던 작품집이 『어느 단식 광대』(1924)이지요. 이 안에 수록된 작품 「어느 단식 광대」에는 굶기에 도전하는 예술가가 나옵니다. ‘매 순간’ 굶음으로써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곳에 이르려고 했던 단식 광대. 먹음을 벗고, 의복을 벗고, 인간으.. 2017. 8. 2.
마음-지옥의 방랑자 (2) : 뉴욕과 에릭 호퍼 마음-지옥의 방랑자 (2) : 뉴욕과 에릭 호퍼 독(毒)의 평범함 힘든 세상이다. 적당히 잘나서는 주목받을 수 없고, 적당히 벌어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으며, 적당히 내 걸 포기해도 선해질 수가 없다. ‘적당히’라는 단어가 실종된 이런 이상한 환경에서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정상이 된다. 독한 인간이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외부와 내부의 한계를 뛰어넘는 슈퍼맨.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의 정기신(精氣神)을 불살라 연료로 쓰는 열정맨. 요즘 같은 세상에 모범적인 일꾼이라고 하겠다. 요즘 지구촌에서 이렇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헬뉴욕은 헬조선보다 몇 단계 더 앞서 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은 백수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도시다. 만인은 노동시장에 던져진다. 특히나 이.. 2017. 7. 28.
『마션』 - 살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 or 사람의 소용 『마션』 - 살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 or 사람의 소용 마크 와트니, 엄격히 선발되어 치열하게 훈련받은 우주비행사. 식물학 및 기계공학의 학위가 있으며, 시카고 어딘가 있을 미국식 유머 학원 졸업생 명부에도 틀림없이 이름이 올라가 있을 것 같은 사람. 낙천주의자. 디스코혐오자. 70년대 TV드라마 강제시청자. 화성탐사 도중 모래폭풍에 날려 복부에 막대형 안테나가 꽂힌 채 홀로 남겨져버린, 아마도 태양계 생성 이래 유래가 없을 역대급 불운아. 이것은 아마도 본 중 가장 극단적인 재난 스토리일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최소한 멀쩡히 두 발로 선 채 호흡곤란으로 죽을 걸 걱정하지는 않았다. 와트니는, 마실 물은커녕 공기마저도 호락호락 얻기 힘든 곳, 반경 5,460만 km 이내에 다른 생명체라고는 없는 곳에.. 2017.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