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아니 내가 입덧이 하기 싫은 것도 아닌데' 아빠는 억울하다'아니 내가 입덧이 하기 싫은 것도 아닌데' 우리 아기는 이제 한 살, 많은 것(?) 같지만 고작 130여일을 살았다. 10000일도 넘은(후훗) 아빠의 살아온 날과 비교해 보자면 130일이란 참 별 것 아닌 숫자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기와 130일을 굴렀다고 하면 그건 정말이지 길고, 길고, 몹시 긴, 그런 여전히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득한 그런 숫자가 된다. 아무래도 이것은 태어나서 처음 130일이 몹시 밀도가 높은 나날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갓 태어난 아기는 하루에 여덟끼 정도를 먹고, 다만 서너시간 깨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겨우 바깥세상(이라고 해봐야 '집')에 적응할 무렵이 되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걷지도 못하고, 기지도 못하고, 팔다리를 휘두는.. 2017. 9. 1. 운명을 긍정하라 : 소수자의 철학(1) 운명을 긍정하라 : 소수자의 철학(1) 태어난 그대로의 자연스런 모습을 잃지 않는다. 발가락이 붙어있어도 네 발가락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생각지 않으며 짧다고 부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변무, 246쪽) 스스로 자연스럽게 보지 않고 남에게 얽매여 보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에게 사로잡혀 만족하는 자는 남의 만족으로 흡족해하고 스스로의 참된 만족을 얻지 못한 자이며 또 남의 즐거움으로 즐거워하고 스스로의 참된 즐거움이 없는 자이다. (변무, 253쪽)) 1. 주변 지대의 존재들을 호명하다 장자는 세상의 '인위'적 기준 때문에 변방 혹은 주변(margin)으로 밀려난 존재들을 호명한다. 세상은 권력과 권한, 지식과 부의 핵심을 장악한 소수의 세력과 그렇지 못한 다수의 존재로 구분.. 2017. 8. 31. 어슐러 르귄, 『빼앗긴 자들』 - 사회체제와 일하는 사람에 관한 고도의 사고실험 어슐러 르귄, 『빼앗긴 자들』 - 사회체제와 일하는 사람에 관한 고도의 사고실험 『빼앗긴 자들』의 주인공 쉐벡은 천재 물리학자다. 여기서 ‘천재’라는 수식어를 쓰기 전에,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내 보기에 그 단어는 호들갑스럽다. 노력을 축소시키고 재능을 과장하려는 불온한 욕망이 엿보인다. 듣는 쪽을 간단히 압도하려는 교활한 기망의 기색도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를 끌어들인다-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한, 대하기 힘든 괴짜의 이미지. 쉐벡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는 노력하는 사람이고, 성실히 일상을 꾸려나가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자기중심적’이라니. 그의 고향 별에서 그것은 가장 신랄한 비난이었다. 안 된다, 나는 이 진지하고 고독하고 품위있는 남자에게 그런 오명 비슷한 한 방울도.. 2017. 8. 23. 탈레스 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소크라테스 이전, 그 오래된 현대 탈레스 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소크라테스 이전, 그 오래된 현대 니체는 그리스인들이 철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면서, 그러다 보니 ‘철학자의 유형’을 창조했다고 극찬했다. 우리가 이미지로 떠올리는 철학자는 모조리 그리스인들이 창조했다는 말이다. 오로지 앎을 위해서만 삶을 영위하는 유일한 인간으로서 ‘철학자의 유형’. 제왕처럼 당당한 헤라클레이토스, 우울하게 신비로운 입법자적인 피타고라스....... 영화 포스터의 광고 문구처럼 니체가 묘사한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쩐지 장르영화의 주연배우와도 같다. 그러나 이들의 글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니체도 이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 독창적인 철인들의 저작의 대부분을 우리들 손아귀에 쥐고 있지 못한 덕분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 2017. 8. 22. 이전 1 ··· 87 88 89 90 91 92 93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