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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쿠바리포트] 없음이 다름이 되는 법 없음이 다름이 되는 법 데자뷰 좀비가 된 딸 덕분에 어머니는 관광객이 아닌 생활인 모드로 아바나를 경험했다. 열대의 열기로 채색된 아바나 비에하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는 대신, 조용한 주거지에서 집과 시장만 왔다갔다하셨다. 시가와 럼을 기념품으로 사는 대신에 시장에서 씨가 마른 소고기와 해산물의 행방을 쫓으셨다. 이 와중에 우리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오고 간 대화는 다음과 같다. “여기는 이런 것도 없니?”“응. 여기는 원래 이래.” 소름이 돋았다. 데자뷰 같은 문답이다. 어머니의 질문은 내가 처음에 쿠바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었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텅 비어 있는 마켓 진열대가 이해되지 않았다. 골목 가득히 양파와 고구마만 꺼내놓은 재래시장의 풍경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물건.. 2021. 1. 26.
[공동체가양생이다]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에코n 양생실험실 인문약방(링크)에서 활동하는 기린님의 새연재 '공동체가 양생이다'를 시작합니다. '공동체'를 만나 인생이 바뀐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운영자인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은 글들입니다. 기대해 주셔요!!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 2021. 1. 21.
닐 영 & 크레이지 호스, 『Live Rust』 - '핫한' 게 아니라 뜨거운 거! 닐 영 & 크레이지 호스, 『Live Rust』 - '핫한' 게 아니라 뜨거운 거! 날씨가 너무 추웠다. 조금 원망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뜨뜻미지근해서 좋았는데……. 그런데 겨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제야 좀 살겠군' 싶을지도 모른다. 으... 어쨌든 너무 추워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뭘 먹든 소화가 잘 안 되고, 얼굴은 간질간질 하고, 옷은 두껍게 입어 늘 갑갑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겨울이 싫다. 그렇다고 봄을 좋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든다. 싫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얼른 가라' 싶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여름'이 최고 아니겠는가! 뜨겁고, 뜨겁고, 뜨겁고…… 뜨겁다 보면 축 늘어져 잠들고 마는 그런 여름 말이다. 나에게는 '여름'을 상징하는 몇몇.. 2021. 1. 15.
[쿠바리포트] 자전거와 탁구 자전거와 탁구 의사와 환자는 종이 한 장 차이 의사 되기 전에 환자 된다. 우리끼리 종종 하는 말이다. 카페인이 비뇨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공부하면서 커피를 사발로 들이마시고, 싱싱한 신경계를 위한 숙면의 효과를 달달 외우면서도 매일 취침시간을 더 짧게 깎아나가고, 운동의 효과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순환계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면서도 정작 우리 몸은 하루 종일 책상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완벽한 삶과 앎의 불일치다. 일시적인 희생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 잠시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의학’이라는 산에 오르려면 잠이든 밥이든 미용이든 뭐든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 아닌가. 우선 이것만 이해하고 나면, 학업을 다 마치고 나면, 그렇게 의사가 되고 나면, 그때 건강을 챙기는 .. 2020.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