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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펫 샵 보이즈 [Yes] - 어디에나 들러붙고, 얼굴이 아주 많은 펫 샵 보이즈 [Yes] - 어디에나 들러붙고, 얼굴이 아주 많은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노래로 기억되는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콱 박힌 노래들은 그 계절만 되면 다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봄, 그 중에서도 겨울과 완전 봄 사이에 있는 초봄에는 '펫 샵 보이즈'만큼 만만한 것도 없다. 계기는 언제나 그렇듯 아주 단순하고, 몹시 우연적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을 맞이하여 뭔가 '씐나는' 노래를 찾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달까. 재미있는 것은 펫샵보이즈를 듣기 전에도 '씐나는 노래'들을 찾아서 들었다는 것인데, 대개는 하루 이틀 듣고는 끝나버렸다. 그것들은 70년대 훵크와 EDM디스코였다. 처음에 들을 때는 좋았는데, 듣다보니 전자는 어쩐지 시끄럽고 더웠으며(그래서 여름을 갔지), 후.. 2021. 3. 12.
[공동체가양생이다] 동학(同學), ‘쿨’ 할 수 없는 친구 동학(同學), ‘쿨’ 할 수 없는 친구 공부 좀 했다 나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이었다. 우리 집에서 사남매 중에 내가 상장을 제일 많이 받았다. 조회시간에 교단 앞에 불려 나가 상도 받아서 동네에서도 소문 좀 났었다. 그래서인가 살면서 내가 공부를 좀 한다는 자신감을 잃은 적이 거의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고 당시에 학력고사 점수로 응시한 대학은 모두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1년짜리 기획 세미나 ‘내공프로젝트’ 모집 공지가 올라왔을 때 은근 두근거렸다. 기왕 공동체로 출근까지 하게 된 마당에 강도 높은 공부로 내공을 키울 수 있다니 출근길이 새삼 보람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공 프로젝트는 이문서당과 학이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문서당에서는 원문강독으로 『논어』를 읽고 .. 2021. 2. 25.
[쿠바리포트]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관계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관계 관계라는 것은 결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돈으로도, 힘으로도, 계급으로도, 성욕으로도, 어떤 단일한 척도로도 일방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거대한 힘들은 관계를 단번에 침투하여 박살내거나 변형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면서 방향을 틀 수 있는 공간은 그 속에 늘 남아 있다. 쿠바 관료주의 시스템처럼 거대한 바둑판으로 짜인 사회에도, 또 시급을 분 단위로 계산하면서 숨 막히게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늘 미시적으로 변화를 꿰할 수 있는 약간의 여지가 있다. 이 미묘한 ‘자유의 공간’은 어떤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배치가 달라진다. 이 미시적인 관계를 배제하고는 어떤 거시적인 조직도 세워질 수 없다. 어떤 나무에서도.. 2021. 2. 23.
브로콜리너마자 EP, 1집 - 숙성되는 것은 음반이 아니라, 나 브로콜리너마저 EP, 1집 - 숙성되는 것은 음반이 아니라, 나 나는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아니 '따라'라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핑계 삼아 여러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최근, 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5~6년째 거의 듣지 않는 음악이 있으니, '한국 인디' 음악들이다. 한국어 가사가 나오는 음악이라면 주로 90년대 이전의 것들을 듣는 편이다. 아니면, 아예 보아의 초기 앨범이나 걸그룹 노래들을 듣기도 한다.(어흠) 그러니까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한국 인디 음악들을 거의 안 듣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러니까 '가사' 때문이다. 그 노래들의 가사가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도무지 뭐랄까……, 공감이 잘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이입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이를테면 남녀가 만나, .. 2021.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