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이제 만들기를 한다 이제 만들기를 한다 지난 7월에, 아빠가 만든 컵탑을 매번 부수기만 하는 딸을 두고, 언제쯤 만들기를 할까 하는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바로가기) 여전히 부수는 걸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니 훨씬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제 제법 만들기를 할 줄 안다. 두 달만에 말이다. 요즘들어 말도 부쩍 늘었는데, 그와 더불어 만드는 재미도 느끼는 것 같다. 말하자면 '사물'과 '명사'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랄까. 뱃속에 있던 아기가 태어난 것만 해도 기적 같은데, 누워만 있던 아기가 서서 걷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데, 뛰고 말하고 만드는 걸 보니 경이로울 정도다. 2019. 10. 11. 유튜브라는 망망대해 - 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유튜브라는 망망대해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 4) 어두컴컴한 배경, 한사람이 검은 장갑을 끼고 있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통연어. 장갑을 낀 손으로 물컹한 연어를 집어 입에 넣는다. 느끼한 표정으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연어를 천천히 탐닉한다. 끈적끈적한 소리와 더불어. 설정이며 행동을 보아하니 포르노가 따로 없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먹방 내용이다. 이름도 ‘욕망의 연어’다. 욕망을 가차 없이 자극한다. 요즘 먹방의 최신 트렌드는 ‘희소성’이다. 절대 평범하게 먹지 않는다. 더 많이, 더 맵게, 더 기이하게 먹으려고 한다. 그래야 이슈화되면서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산낙지에서 돼지머리와 생간까지, 음식을 ‘통째로’ 먹는다. 그것도 최대한 잔인하게. 음식의 ‘맛’보다는 ‘자극’에 초점을 맞춘다. .. 2019. 10. 8. 아빠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자란다. 응? 아빠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자란다. 응? 요즘 나는 저녁 8-9시에 잠들어서 새벽 3-4시 사이에 일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전까진 새벽 2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곤 했다. 말이 2시지 3시가 되는 날도 종종 있었으니... 그 결과 만성피로, 원형탈모, 무기력감 같은 걸 달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아이가 잠드는 8-9시부터 잠들기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육아에 지친 나에게 뭐라도 보상을 주고 싶었다. 뭐 별다른 건 아니고 그냥 먹고 노는 일 말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피로는 육아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밤에 노느라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이었다. 따라서 밤 늦게까지, 피로를 쌓아가며 노는 것은 사실 육아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놀고 싶었던 거지. 뭐 육아가 워낙에 힘든 일이니.. 2019. 10. 4. 쓸모없음의 큰 쓸모 쓸모없음의 큰 쓸모 “승진이나 상은 남한테 미루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해라” 내가 항공사에 입사하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버지의 욕망과 내 욕망이 만나 승진을 위해 달렸다. 승진을 하면 월급 인상 외에 권력이 생긴다. 비행기 매니저를 하게 되면 평가권도 갖고, 그 비행에서는 최고 권력을 갖는다. 대형기일수록 더하다. 그래서 다들 빨리 승진해서 매니저가 되고자 한다. 회사는 승진을 미끼로 충성을 요한다. 승진을 하면 다음 승진을 위해 또 달린다. 회사는 직원을 소모품으로 본다. 소모품 중 품질 좋은 소모품이 되라며 충성을 요하는 건 기본이고 성형과 몸매관리도 자기관리라며 독려한다. 그러다 기내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서 병가가 길어지면 그 직원은 쓸모가 없어지고 회사의 지출을 늘리는 불편한 존재가.. 2019. 9. 23.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