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담이 잘 작동하면 온몸이 즐겁다! -담(膽)과 운명애 #운명애-담기주승(膽氣主升)-세네카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 담(膽)은 ‘쓸개’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웅담(熊膽)은 곰의 쓸개를 말한다. 오래전 곰의 몸에 관을 꽂아 쓸개즙(담즙)을 빨아먹다가 쇠고랑 차는 뉴스를 본적 있다. 정말이지, 나이든 아저씨들이 함께 모여서 즙을 빨아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했다. 이 장면을 엘 그레코의 방식으로 그림 그리면, 그 어떤 그림보다 초현실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의 세계가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싶다. 아, 지옥이란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 TV에 있구나. 이제 나도 그 아저씨가 되었다. 나는 어떤 즙을 빨아 먹고 있을까. 그러나 지옥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처럼, 천국도 그리 멀지 않다. 담은 간 아랫부분에 붙어 있는 배 모양의 주.. 2014. 5. 14. [노론백수 1세대 김창협] 앵무새같은 글쓰기는 이제 그만! 문장에 ‘생기’(生氣)를 불어넣기!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농암 김창협에게는 ‘독서와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생업이었다. 백수 선비로서 자신을 살리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 외에 다른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농사나 장사를 해서 생업에 종사한다면 모를까,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지식인으로 살려면 책을 읽고 글 쓰는 일 말고 그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농암이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는 조선시대 지식인 선비로서 유난스럽게 대서특필할 사안은 아니다. 농암 말고도 뜻을 품은 선비라면 대부분 독서와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농암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특별히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농암이 ‘어떻게 .. 2014. 5. 13. [근대소설극장]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효석의 「산협」 한국근대소설, 등장인물소개로 맛보기 ⑤ 맛볼 소설 : 이효석, 「산협」(山峽), 『춘추』 4호, 1941년 5월*산협: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 같은 말 ‘두메’ ※ 1941년 3월호의 표지 시놉시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한 산골마을. 이곳 거농(巨農)인 공재도는 봄이 되면 소금을 사러 문막 나루까지 다녀오는데, 이 해 봄에는 소금이 아니라 어여쁜 20대의 첩을 얻어 돌아온다. 40대 중반이 되도록 무자식인 공재도가 자식을 낳기 위해 첩을 들인 것. 공재도의 누이가 남기고 간 아들로 공씨 부부가 내내 키워온 조카 안증근은 자기가 씨름에서 1등 해서 타온 소를 첩과 바꾸어 온 외삼촌이 못마땅하고, 공재도의 아내 송씨도 티를 내지 않으려 하나 속이 끓어오른다. 설상가.. 2014. 5. 9. 떠나자! 나를 녹슬게 하는 공부, 타인을 위한 공부로부터 자기배려와 공부 중간고사 시즌이 되면 집안은 항상 정적이 감돈다. 아이는 인강(인터넷강의)을 듣고 있고, 엄마는 그 뒤 소파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다. 아이가 자꾸 딴 짓을 했던 모양이다. 내가 아내 옆에 바싹 다가가서 “당신 꼭 여간수 같아”라고 속살대며 킬킬 거렸더니, 집사람도 쓴웃음과 함께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나도 갈수록 예민해진다. 몇 주 전 아침 식탁에서 큰 사단이 나고 말았다. 오랜만에 학업을 묻자 아이가 너무 예의 없이 대하는 것이다. 그만 나도 격해져서 순간 언성을 높였다. 급기야 생애 처음으로 아이 뺨에 손이 나가고 말았다. 놀란 아내가 아이 손을 끌고 슬피 운다. 이제 우리 사이도 살부드러운 시절을 뒤로 하고 사나워 가기만 할 것이다. 식탁 위 천장에서 내리쬐는 형광등불빛이 면구.. 2014. 4. 30. 이전 1 ··· 164 165 166 167 168 169 170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