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말하는 것의 어려움 - 상식의 역설 상식의 역설 저에게는 말한다는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말하기를 망설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는 말이 유창하고 거침없이 이어지면 화려할 뿐 알맹이가 없어 보입니다. 말이 착실하고 정중하며 빈틈없고 강직하면 도리어 서투르고 산만해 보입니다. 인용을 자주 들면 말이 길어지고, 비슷한 사례들을 열거하여 비교하면 속이 비고 쓸모없어 보입니다. ― 한비자 지음, 구윤숙 풀어 읽음, 『낭송 한비자』, 20쪽 ‘법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종결시킨 진나라가 채택한 이념이었습니다. ‘제자백가’라고 하여 난세를 종식시킬 수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에 법가는 가장 먼저 큰 성공을 거둔 사상인 셈이었죠. 한비자는 그러한 법가 사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가였습니다. 더불어 한비자는 말을 더듬는 .. 2015. 3. 3. 이옥에게서 배우는 '글쓰기의 왕도' 이옥, 바깥에 대한 관심이 글쓰기를 결정한다 이옥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얼핏 꿈틀거리는 것들은 다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 다르다. 그런데 인간은 그 모두를 ‘꿈틀거리는 것’으로 일반화하고, 그것들을 ‘더럽다’고 가치화한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것들에게 기적처럼 날개가 돋으면 이전의 모습은 오간 데 없이 우아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이를 본 인간들은 벌레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르게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 채운 지음,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200쪽 때는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입니다만, 사실 볼 것이 너무 많아져서 안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 만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더군다나 ‘인간’은 수많은 개별적인 것들을 추상화해서 머릿속에 입력하는 습관이 있기 .. 2015. 2. 23. 혹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면? 저마다 괴로움 하나씩은 있는 법 위 속이 비어 있을 때는 도리어 굶주리는 백성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한 달에 아홉 번밖에 먹지 못하여 달력을 보아가며 불을 지핀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을 때는 도리어 멀리 떠난 나그네를 생각해본다. 이들은 만리 타향에서 십 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몹시 졸릴 때는 도리어 아주 바쁜 관리들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파루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고 물시계의 물이 다할 적에 닭 울음소리를 듣고 입궐했다가 서리 내린 새벽에 퇴궐한다. 처음 과거에 떨어졌을 때는 도리어 궁색한 유생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경전을 궁구했지만 향시에 한번도 합격하지 못했다. 외롭고 적막함을 한탄할 때는 도리어 노승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인적 없는 산을 쓸쓸히 다니며 홀로 앉.. 2015. 2. 17. 판소리를 인문학적으로 읽기 : 방심하는 순간, 놀부 되는 겁니다. 옛날 이야기를 조금 인문학적으로 읽기 『낭송 흥보전』 박통이 요물이고 탈수록 잡것이라. 놀보댁이 옆에 앉아 통곡을 하는구나. 일꾼들도 무색하여 놀보를 말리면서, “그만 타소, 그만 타소. 이 박통 그만 타소. 소문났던 자네 재산 순식간에 탕진하고, 이 박통을 또 타다가 무슨 재변 또 나오면 무엇으로 막으리오. 제발 이제 그만 타소.” 고집 많은 놀보 놈이 가세가 변했어도 성정은 안풀렸구나. “너의 말이 용렬하다. 빼던 칼 도로 꽂기 장부의 할 일인가. 무엇이 나오는지 기어이 타볼 테다.” ― 구윤숙 풀어읽음, 『낭송 흥보전』, 164쪽 『흥보전』의 스토리야 다들 아시는 바와 같고요. 다만 생각해 볼 것은 놀보의 악덕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낭송하는 『흥보.. 2015. 2. 16. 이전 1 ··· 93 94 95 96 97 98 99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