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11 스토아적 삶의 방식‘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스토아적 삶의 방식 ‘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정승연(『세미나책』 저자) 우리가 자유를 행사하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다. 운명과 사건의 거대한 흐름 한가운데 탈취할 수 없는 자율의 섬이 있다. 우리에게 달린 것은 우리 영혼의 행위다. 그 행위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 어떤 것을 판단하느냐 마느냐, 어떤 식으로 판단하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무엇을 욕망하느냐 마느냐, 어떤 것을 원하느냐 아니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반대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픽테토스는 육신, 부, 명예, 높은 직위가 그런 것이라고 보는데)은 자연 일반의 흐름에 달려 있다. 육신은 대체로 우리 의지로 움직일 수 있지만 육신의 생로병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 2025. 10. 31. 공부가 정치다 공부가 정치다이인(고전비평공간규문)1. 공부와 정치를 묻다 규문에서는 매달 한두 번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에 참여한다.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공부했으며, 그들의 투쟁에 공감했다. 마침 전장연은 규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혜화역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이웃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주기적으로 참석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처음 참여할 때 나의 마음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컸다. 뉴스와 기사로만 접하던 시위 현장에 직접 서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몇 번 참여하다보니 시위에 나가기 싫다는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위라는 문화가 낯설었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두려웠고,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 2025. 9. 1. “타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의 상실이 비대칭 상황을 낳았다” “타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의 상실이 비대칭 상황을 낳았다” 이 신화에는 일본도(日本刀) 같은 새로운 기술력이 곰과 인간 사이의 대칭성을 파괴하는 시대가 나타나 있다. 활과 화살로 사냥을 할 때, 곰과 인간은 대개 호각으로 싸워 왔다. 그 상태가 압도적인 기술력을 손에 넣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만 것이다. 인간은 동물의 존엄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곰은 이러한 인간에게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한다. 인간과 곰은 싸우고, 결국 둘 다 죽는다. 이런 신화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매우 잘 암시하고 있다. 손에 쥔 압도적인 힘을 믿고 ‘빈곤한 세계’의 주민들을 무신경하게 대한다면, 인간들은 결국 한 마리의 동물과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타.. 2025. 8. 4. [알리고 싶은 책들] 해러웨이의 책들 ― “어떤 이야기들이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하다” 해러웨이의 책들 ― “어떤 이야기들이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하다” 김애령 선생님의 신작 『애프터 해러웨이』에서 도나 해러웨이의 글이 난해하다거나 낯설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그녀의 글이 일반화를 경계하고 체계화를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해러웨이 텍스트의 매력은 그 글쓰기 양식과 수사적 표현들에 있고, 그 장치들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풍부하게 읽어 내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해러웨이의 글은 강렬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종의 모험’에 초대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해러웨이는 미국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자이자 과학사학자이다.” 이 소개는, 모든 짧은 소개들이 그런 것처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많이 부족하다. 그녀는 1944.. 2025. 7. 23. 이전 1 2 3 4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