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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좋은 음반도 그렇고, 좋은 소설도 그렇고, 흠…… 좋은 그림도 그렇고, 어쨌든 좋은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깊은 맛'하고 비슷한 것이다. 들을 때마다,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이 '깊이'라는 것이 엄청나서 어떤 것은 결코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번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든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 다른 길로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좋은 작품'은 그런 식으로 300쪽 남짓한 단편집, 60분이 될까 말까 한 음반 한장,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화폭 안에 '리얼'한 인.. 2018. 7. 18.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 이 말에 너무 크게 감동하여서, 며칠 동안, 아니 몇주 동안 마음 속으로 내내 읊으며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말에 비춰 보면,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의 태고난, 혹은 고유한 어떤 '본성'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맺고 있는 '사회적관계'가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본성적으로 주어진 그 어떤 '자유'도 없으며,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책무' 같은 것도 없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한 것이 없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은 어떤 개체가 아니라, 사회라고 생각했었다. 그걸 .. 2018. 7. 17.
고향, 태어난 곳이 아니라 살아온 곳의 이름 고향, 태어난 곳이 아니라 살아온 곳의 이름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순간부터 오늘날 인류는 홈-리스라는 공통운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500년 동안 우리는 방방곡곡 연결된 세계 속에서 차례차례 집을 잃어버렸고, 조상이 살던 땅에서 뿌리 뽑혔다. 그래서 오늘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키워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내가 태어난 땅이 여러 세대가 삶을 지속할 만큼 풍요로운가이고, 둘째는 낯선 땅으로 옮겨 갔을 때 새로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이다. 이 두 조건 중 하나라도 갖추기 위하여 우리는 모두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 언어를 배우고, 비자를 얻고, 노동을 팔고 있다.- 김해완, 『뉴욕과 지성』, 79쪽 우리 아버지는 1950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라셨다고 한다. .. 2018. 7. 10.
이반 일리치 『전문가들의 사회』 - 겁내지 않고 살아가는 길 7월 덮은책다시보기는 쉽니다. 6월 당첨자 발표도 8월 문제와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반 일리치 『전문가들의 사회』 - 겁내지 않고 살아가는 길 1년 전쯤에 집으로, 엄청 두꺼운 서류뭉치가 배달되어 온 적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분양을 받은 상가와 관련된 소송 서류였다. 서류 제목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소유권 확인 및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었는데, 그 '상가'와 관련된 사연은 일단 뒤로 하고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피고인 50여명에 대해 청구된 '부당이득금'이 무려 2억 얼마였던 데다가, 서류에는 읽으면 읽을수록 '소송 서류는 왜 한국말로 안 쓰는거야' 싶을 정도로 해독하기 어려운 법률용어가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처음에는 우리가 피고인지도 몰랐다. '부당이득.. 2018.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