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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 우리 시대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우리 시대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나무 위의 남작』은 칼비노의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칼비노는 자신들의 시대를 계보학적으로 추적한다. '우리의 선조들'의 첫번째 작품이었던 『반쪼가리 자작』이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나무 위의 남작』은 한 시대의 탄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나무 위의 남작』의 주인공 코지모는 부모와의 다툼 끝에, 반항의 방법으로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단지 '반항'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그의 삶이 되고 말았다. 그는 평생 나무 위에서 산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며 사냥을 하고, 요리를 하기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 2018. 8. 24.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 도대체 '세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하나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 도대체 '세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딱히 오쿠다 히데오의 팬은 아니다. 그러니까 ‘오쿠다 히데오, 너무 재미있어! 신작이 나왔네! 사야지!!’ 같은 느낌은 없다. 그런데, 책장을 보니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한밤 중에의 행진』, 『인더풀』, 『시골에서 로큰롤』까지… '아, 그래도 꽤 많이 읽었구나' 싶다. 여하튼 그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고, 아니지, 오쿠다 히데오는 유머감각이 풍부하니까, 꽤 중요한 작가다.(나는 인간이 갖춰야할 모든 덕목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유머감각'이라고,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 여하튼, 그런 사정이 있는데,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해 읽었다. 『무코다 이발소』를. 뭐랄까, '이거 정말 웃기.. 2018. 8. 22.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 '사람들은 서사시를 필요로 한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 '사람들은 서사시를 필요로 한다' '이야기'는 공통의 감각을 생산해 낸다. 어떤 사건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 같은 것들이다. 백명의 사람이 있으면 저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그런데 그렇게 다르면서도 사실은 비슷비슷한 감정들을 느낀다. 나는 그런 감정이 '자연적'이라거나, '원래 그렇다'고 믿지 않는다. '느끼는 방식'도 사실은 발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동시대의 한 사회 안에서 사회구성원들이 '느끼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르다면, 사회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가운데서도 그 다름을 지탱하는 공통의 지반이 있기 때문에 '사회'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로 치자면, '자본주의', '화폐'에 대한 서로 비슷한 욕망 같은 것들이다.('아이.. 2018. 8. 13.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딱 한 송이로 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 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 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 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성모(聖母) 같다 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 너는 살아 있으시라 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 약속하기 어려우나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 _김중식, 「다시 해바라기」,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2018, 88쪽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가물가물해질 즈음, 하나의 사건을 겪었다. 아니 사건이 닥쳐왔다. 이제.. 201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