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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7월에 눈에 띈 책들 7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박완서의 말』, 박완서, 은행나무 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다. 이 대담들이 단행본으로 엮인 건 처음이다. 이 대담들에서 그는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이며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해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그는 지금도 유효한 이런 주제들 앞에서 오랫.. 2018. 7. 30.
내가 겪는 슬픔은 누구나 겪는 슬픔이다. 억울할 게 없다. 내가 겪는 슬픔은 누구나 겪는 슬픔이다. 억울할 게 없다. 나는 이렇다 할 '신앙'이 없다. 그렇지만, 종교적인 느낌으로 믿는 바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 인생이 남들에 비해 특별히 행복하거나, 특별히 불행하지 않다는 믿음이다. 부자나 빈자나, 아프리카의 유목민이나 유럽의 작가나, 중국의 농부나 한국의 직장인이나, 만족에서 불만족을 빼거나 불만족에서 만족을 뺐을 때, 나오는 결과가 그렇게 크지 않은 범위에서 대채로 비슷비슷하리라고 믿는다. 아무 근거가 없다. 믿음일 뿐이니까. 이런 믿음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유용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인생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수없이 많은 괴로움들을 겪을 때, 겪어야 하는 괴로움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쉬워진다. 그렇다. '겪어야 할' 괴로움으로 당면한.. 2018. 7. 24.
들뢰즈,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대중은 속았다'로는 부족하다 들뢰즈,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대중은 속았다'로는 부족하다 적敵, 혹은 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사로잡히는 하나의 가상이 있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대중들은 거기에 속고, 속아서 지지하고, 그리하여 적들은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다'는 식의 가상이다. 이 가상은 합리적이고, 선하고, 훨씬 더 공정한 비전을 제시하는 '우리측'에 비해서 전근대적이고, 악하고, 극도로 부패한 적들의 지지율이 언제나 높은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투표로서 이른바 '민의'를 '대의'한다는 '대의민주주의'의 정식까지 들어와 버리면 머릿 속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되어서, 대중에 대한 혐오, 혹은 허무로 나아가가게 된다. 차라리 이쪽이든 저쪽이든, 제.. 2018. 7. 23.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좋은 음반도 그렇고, 좋은 소설도 그렇고, 흠…… 좋은 그림도 그렇고, 어쨌든 좋은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깊은 맛'하고 비슷한 것이다. 들을 때마다,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이 '깊이'라는 것이 엄청나서 어떤 것은 결코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번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든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 다른 길로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좋은 작품'은 그런 식으로 300쪽 남짓한 단편집, 60분이 될까 말까 한 음반 한장,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화폭 안에 '리얼'한 인.. 2018.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