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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글쓰기의 능력, 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일 글쓰기의 능력, 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일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족하다. 글을 지으려 붓을 들기만 하면 옛말에 어떤 좋은 말이 있는가를 생각한다든가 억지로 경전의 그럴듯한 말을 뒤지면서 그 뜻을 빌려 와 근엄하게 꾸미고 매 글자마다 엄숙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은, 마치 화공(畵工)을 불러 초상화를 그릴 때 용모를 싹 고치고서 화공 앞에 앉아 있는 자와 같다. 눈을 뜨고 있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으며 옷의 주름은 쫙 펴져 있어 평상시 모습과 너무도 다르니 아무리 뛰어난 화공인들 그 참모습을 그려 낼 수 있겠는가.글을 짓는 일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말이란 꼭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도(道)는 아주 미세한 데서 나뉜다. (……)글을 짓는 건 진실해야 한다.이렇게 본다면, 글을 잘 짓고 .. 2018. 9. 7.
리 호이나키, 『아미쿠스 모르티스』 - 최신식은 가장 좋은 것? 리 호이나키, 『아미쿠스 모르티스』 - 최신식은 가장 좋은 것?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 기가 막힌다. "하지만 나는 무엇인가 끔찍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 우리는 대체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가장 최신의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관념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현대 인류는 가장 행복한 인류임에 틀림없다고 '알게 모르게'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통령께서 '역사'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점을 바꿔주신 덕분에 요즘은 조금 덜하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럴리가 없다'. 역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지도 않고, 더 나쁜 쪽으로 후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역사는 인간의 의지 따위와는 무관하게 제 갈길을.. 2018. 8. 31.
8월에 눈에 띈 책들 8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로봇도 사랑을 할까』, 로랑 알렉상드르, 장 미셸 베스니에,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류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4차 산업혁명 덕에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다. 기술을 이용해 신체적?지적 역량이 향상된 증강 인류가 꼭 탄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우생학의 유령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인간이 천 살까지 살 수 있게 된다면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하게 된다면 우리는 로봇과도 사랑에 빠질까?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로랑 알렉상드르와 철학자 장 미셸 베스니에는 12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트랜스.. 2018. 8. 30.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 우리 시대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우리 시대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나무 위의 남작』은 칼비노의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칼비노는 자신들의 시대를 계보학적으로 추적한다. '우리의 선조들'의 첫번째 작품이었던 『반쪼가리 자작』이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나무 위의 남작』은 한 시대의 탄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나무 위의 남작』의 주인공 코지모는 부모와의 다툼 끝에, 반항의 방법으로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단지 '반항'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그의 삶이 되고 말았다. 그는 평생 나무 위에서 산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며 사냥을 하고, 요리를 하기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 2018.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