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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청년, 니체를 만나다』 -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설게 『청년, 니체를 만나다』 -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설게 누구도 자기 자신과 무관한 것을 관찰할 수 없으며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서 쓸 수 없다. 아니, 무언가를 관찰하고 무언가에 대해 쓴다는 것은 이미 그것과 자신이 무관하지 않음을 뜻한다. 관찰은 자신을 빼놓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찰한다는 것은 대상과 나 사이의 익숙한 고요함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라는 점에서 대상과의,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불화와 투쟁을 함축한다. 쓴다는 것은, 그 투쟁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은밀한 탈주를 감행하는 일이다. 요컨대 쓴다는 것은, 무엇을 쓰든 간에 결국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이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일이다. 그것은 한때 자신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것과의 투쟁과 결별을 .. 2018. 11. 29.
[이야기로 읽는 동의보감] 일상으로 치유하기 일상으로 치유하기​​​ 『동의보감』에 따르면 감정, 즉 7정(희노애락우비경공)은 우리의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다. 7정은 우리의 생존에 다 필요하지만 지나치거나 제때에 적절한 감정을 발현하지 못할 때가 문제다. 칠정중에서도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은 놀람과 무서움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놀람과 무서움은 한 번 겪고나면 놀랄 상황이 아닌데도 이전에 놀랐던 기억이 살아나 발현되기 때문이다. 기쁨이나 슬픔에 비해 무서움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므로 있는 힘을 다해 저항했던 것이며 따라서 그만큼 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다음에도 그런 위험이 닥치면 피하거나 방어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너무 강하게 각인된 나머지 과거처럼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과거와 유사한 어떤 요소만 보거나 들어도 놀라고 무서워하게 된다는 점.. 2018. 11. 22.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유머와 자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유머와 자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끝과 시작』은 사실상 '경전'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사실 나는 '시'詩를 그다지 즐겨읽는 편이 아니었다. 정서적으로는 어쩐지 간지럽기도 하고, 이성적으로는 늘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쉼보르스카를 읽으면서 바뀌었다. 『충분하다』에 실린 시들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간지럽지도 않다. 제목 그대로 '충분하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적절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베어있다.(적절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유머와 자비」는 시인의 유고 중에 있던 미완성 시다. 거의 단점만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거의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장점으로 .. 2018. 11. 19.
한 사람의 생애가 재즈의 역사 - 『마일즈 데이비스』 한 사람의 생애가 재즈의 역사 - 『마일즈 데이비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평탄하거나 또는 굴곡지거나, 어쨌든 매끈한 직선으로 이어진 듯 보이는 흐름 속에서 불쑥 솟은 봉우리들이 있다. 저건 또 뭔가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 ‘천재’가 있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히틀러가 ‘천재’라는 말을 전유한 이래로, 모든 인간은 선험적인 차원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이념이 일반화된 이래로 ‘천재’라는 말은 어쩐지 불편한 단어가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천재’가 있다는 걸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길을 걸으며, 혹은 버스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어떤 곡을 듣고서 이게 누구 연주이겠거니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는 곡, 좋아하는 곡이어서 이미 여러번 들어본.. 2018.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