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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 말 속에 내장된…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 말 속에 내장된… '말'이 없으면 어디에도 닿을 수 없지만, 또한 역설적으로 '말'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 언어는 늘 그렇게 양면적이다. 바르트의 말들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그의 말들이 언어가 가진 그런 속성을 더도, 덜도 없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데 있다. 말하자면, 그의 언어는 (일부러) 오해를 불러 일으키려는 듯 하다. '오해'는 결국 '말' 속에 내장된 폭탄과 같은 것인데, 그게 터질 때 비로소 말은 섬광처럼 진실에 가서 닿는다. 터지지 않는 말, 폭탄이 내장되지 않은 말들은 결국 흩어져 사라질 뿐인 말들이다. 정치인들의 말들처럼. 그러나 애초에 흩어지고 말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말들이야 말로, 어떤 증거가 아닐까.. 2018. 10. 22.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그저 바라보는 연습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그저 바라보는 연습 요즘 별도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아무래도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사실 이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카메라'라고 검색을 해 보면, '카메라'이야기보다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상위 10개 정도는 새로 나온 전화기에 달려있는 카메라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관한 기사들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전화기를 바꾼 다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세상에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가 이렇게 좋아졌다니……. 그래서인지, 아니면 내가 잘 안 돌아다녀서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줄었다.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가 좋아졌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에.. 2018. 10. 17.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현존 위에 누워 생生을 바라본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현존 위에 누워 생生을 바라본다 니체는 그 특유의 격렬한 문체 때문에, 잘 읽지 않는다. 일부러 피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문장이 격렬할 수는 없는 노릇. 읽다보면 가끔,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같은 고요함이 지배적인 부분도 있다. 만약, 어쩌다가 니체를 읽는다면 바로 그러한 부분 때문에 읽는 것이리라. 마음 속 칠판, 글자들로 가득찬 칠판을 가지려면, 살고, 또 살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어떤 감정이 오더라도, 결국에 그것은 이미 칠판에 한번 기록된 것. 그렇게 될 때까지 쓰고, 또 쓰는 수밖에. 그런 황혼을 맞이할 수 있다면, '천국' 같은 곳 가지 않아도 나는 만족할테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 2018. 10. 15.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 손택수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아차, 지렁이도 있음) 제게도 저작권을 묻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작가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출판권까지 낼 용의가 있다고도 합니다 시를 가지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 어느 방송국 피디는 대놓고 사용료 흥정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불로소득이라도 생긴 양 한참을 달떠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참 염치가 없습니다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 2018.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