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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7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 손택수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아차, 지렁이도 있음) 제게도 저작권을 묻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작가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출판권까지 낼 용의가 있다고도 합니다 시를 가지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 어느 방송국 피디는 대놓고 사용료 흥정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불로소득이라도 생긴 양 한참을 달떠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참 염치가 없습니다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 2018. 10. 11.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산(히말라야)을 오르는 내내 나는 지갑과 노트, 물병이 든 배낭 하나뿐이었다. 모든 무거운 짐은 셰르파가 짊어졌다. 가이드는 셰르파에게 하대(下代)를 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나를 변화시켰다. 아, 이 말엔 어폐가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나 스스로 변해갔다.‘나는 돈을 주고, 당신은 노동력을 주기로 했으니 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짜증이 났다. 폭력이나 폭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기 시작했다.수십 년간 서울에서 썼던 문명의 가면을 이마 위로 올리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셰르파는 상대하지 않았다. 미숙하나마 한국말이 통하는 가이드가 주된 대상이었다. 현지인들에게 던진.. 2018. 10. 10.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일단, 책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이른바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바로 그점이 '훌륭한 책'의 첫번째 조건 아닐까?) 이 책이 주는 영감은 비단, '면역'에 국한 되지 않는다. '면역'을 통해서 성, 인종, 체제에 이르는 지배적 상상력을 전복한다. 몸은 닫혀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득실거리는, 말하자면 '공동체' 혹은 '공생체'다. 이른바 '현대사회'은 더는 쪼개지지 않는 '개인'을 기초로 구축된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몸이나 마음을 생각할 때 '닫힌 모델'을 떠올리기 쉽다. 타자의 영향을 '나'가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여기는 셈이다. 그.. 2018. 10. 8.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딱 한 송이로 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 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 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 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성모(聖母) 같다 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 너는 살아 있으시라 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 약속하기 어려우나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 _김중식, 「다시 해바라기」,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2018, 88쪽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가물가물해질 즈음, 하나의 사건을 겪었다. 아니 사건이 닥쳐왔다. 이제.. 2018.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