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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11

[니체사용설명서] ‘도덕적 수다’는 이제 그만! '도덕적 수다'는 이제 그만!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은 곧 그 사람이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정이든, 학교든, 사회조직이든 오고 가는 말이 건강하면 거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일상 또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돌아볼 때도 내가 하는 말을 먼저 살피게 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때도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려 한다. 사람에게 말은 그 사람, 혹은 그가 속한 조직의 건강함을 재는 척도라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숙고해 보아야 할 몇 가지 대화 장면이 떠오른다. 아들 : 아빠, 나 시골 할아버지 집에 안 갈래. 아빠 : 왜? 아.. 2021. 2. 2.
어쩌다가 ‘인문학 세미나’를 하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인문학 세미나’를 하게 되었을까? 세계를 뒤흔들지는 못했지만 내 인생은 뒤흔든 세미나 저의 ‘첫 세미나’는 ‘인문학 세미나’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은 이른바 ‘운동권 세미나’였죠.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먼 옛날에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하는 게 아닌데, ‘세미나’를 한다고 하면 대개 ‘운동권 세미나’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시대는 경험해 보질 못했습니다. 제가 (여전히 졸업하지 못한) 대학 생활을 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고, 그때는 이미 전교생 오천 명인 학교에서 ‘운동권’이라고 부를 법한 학생들을 정파 막론하고 모아봐야 오십 명도 장담하기 힘든 수준이었으니까요. ‘운동권’은 아니어도 그에 대해 꽤 우호적인 학생들까지 다 합해도 백 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운동권들이 대자.. 2021. 2. 1.
겉으로는 추워 떨고 속에서는 열이 나고 겉으로는 추워 떨고 속에서는 열이 나고 적열오한(積熱惡寒) 어떤 부인이 몸이 찬데도 오한(惡寒)이 나서 음력 6월에 갖옷까지 껴입고도 추위를 느끼며 설사가 멎지 않고 맥은 활줄같이 힘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가슴을 찜질하고 새로 길어온 물을 끼얹었다. 그러자 그가 아우성을 치며 사람을 잡는다고 외쳐댔다. 그래도 그치지 않고 연달아 30~40통의 물을 퍼부었더니 크게 떨면서도 땀이 나고는 1~2일 동안 정신이 혼곤해졌으나 고통스럽게 하던 것들은 다 없어졌다. 한(漢) 나라의 화타(華佗)와 북제(北齊)의 서문백(徐文伯) 역시 오래된 한증(寒證) 환자를 치료할 적에는 추운 겨울을 기다렸다가 찬물로 땀을 내주었는데 곧 이 방법을 쓴 것이다. - 『동의보감』, 「잡병편」, 火, 1187쪽 사.. 2021. 1. 19.
인문학 공부, ‘이해’보다 중요한 ‘통과’에 대하여 인문학 공부, ‘이해’보다 중요한 ‘통과’에 대하여 ‘이해’한다는 것 ‘이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함께 있습니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한다는 뜻과 ‘깨달아 알아듣는다’는 뜻입니다. 두 가지 의미 모두 어떤 ‘대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할 ‘대상’, ‘깨달아 알아들을 대상’이 있는 것이지요. 이 말은 곧, 그 ‘대상’의 내용을 재현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책을 읽었다고 한다면 읽은 내용을 스스로에게 재현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이해’의 의미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공부’란 대개 그런 것이었습니다.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재현해내느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런 식의 ‘이해’ 개념이 가진 문제점과 어쩌면 그러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2021.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