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카프카 읽기 - 주체도 목적도 없이, 그리고 ... 올 해 여름의 카프카 읽기- 주체도 목적도 없이, 그리고... 여름 내내, 가을로 접어든 지금까지, 나는 카프카 속에서 내내 헤매고 있다. 여전히 ‘의미’가 분명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붙잡으려고 하면 스르륵 빠져나가고, 고개를 들어 보면 엉뚱한 곳에 가서 둥둥 떠 있다. 아예 보이지 않아서 매번 방문을 열어보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지치고, 얼마나 왔는지 살펴보면 고작 열 몇 페이지 남짓인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겪곤 하는데, 그러던 중에 문득, 어쩌면 이게 진짜, 카프카가 의도한 바대로의 ‘읽기’인지도 모른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어가다 보면 요제프K나 칼 로스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 2020. 9. 28. [生生동의보감] 병, 삶을 살펴보라는 메시지 병, 삶을 살펴보라는 메시지 땀을 급히 내면 수명을 단축시킨다. 〇상한병에 땀을 내려면 표리와 허실을 살펴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가 실시해야 한다. 만약 순차적으로 하지 않으면 잠시는 편안하다고 하더라도 오장을 상하게 하여 수명을 단축시키게 되니 어찌 귀히 여길 만하겠는가? 옛날 남조(南朝)의 범운(範雲)이 진무제(陳武帝)의 속관(屬官)이 되었는데, 상한병에 걸려 구석(九錫)의 영예를 받지 못할까 염려하여 서문백(徐文伯)을 청하여 급히 땀을 내줄 것을 간청하였다. 문백이 말하기를 “지금 당장 낫게 하는 것은 아주 쉬우나 다만 2년 후에 일어나지 못할 까 염려될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범운이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였는데, 어찌 2년 후의 일을 가지고 두려워하겠습니까?”라고 말하자 .. 2020. 9. 18. < 『카프카 : 소수적 문학을 위하여』 읽기> 4강 후기 - 작가는 미래를 미리 만들어보는 자 이 글은 문탁네트워크에서 진행 중인 강의의 후기로 작성된 글입니다. (강의소개바로가기) 4강 후기- 작가는 미래를 미리 만들어보는 자 기계공, 톱니바퀴, 카프카 전염병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카프카 소수적 문학을 위하여』 읽기 4강이 열렸다. ‘어수선한 시국’ 덕에 줌(ZOOM)을 이용해서, 비대면으로 열렸다. 들뢰즈/가타리였다면 이 ‘시국’에 관해 뭐라 말했을까? 이건 정말이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리좀’ 같다. 물론 그런 ‘리좀’은 없다. 어딘가에선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만든다. 더 놀라운 건 서로 멈추지 않고 감염되면서 항체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비극이 있다. 그렇지만 삶은 원래 비극과 희극이 자리바꿈하며 .. 2020. 9. 1.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자식의 행복은 자식의 일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자식의 행복은 자식의 일 ‘자식’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면(사실 그럴 틈이 잘 없지만),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순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기 앉아서 나와 아내에게 뭘 내놓아라, 무엇을 해달라, 같이 놀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갑자기 나타나서 어른 둘의 일상에 끼어들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일상의 거의 전부를 자신에게 바치도록 만드는 저 녀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우리가 언제 양육에 관한 계약서를 쓰기를 했나, 하다못해 구두 합의를 보기라도 했나. 저 녀석은 그저 태어났고 당연한 듯 자신의 편의에 따른 요구를 해 온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원.. 2020. 8. 3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