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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딸에게서 배운 것 아빠의 배움, 자유의 능력 모든 ‘배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이다. 재능은 그 뒤를 따른다. 아빠에겐 타고난 재능 몇가지가 있다. 눈치도 빠르고, 손재주도 좀 되는 편이라 어떤 일이는 후다닥 배우고, 금방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주어진 일을 후딱 해치우는 데 특화된 재능인데, 그래서인지 성실함하고는 꽤 거리가 멀다. 그 재능 덕분에 취미도 꽤 많았다. 음반도 모으고, 기타도 치고, 만년필도 모으고, 글씨도 쓰고 등등. 다른 말로 하면 이것 집적, 저것 집적,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재미난 무언가를 발견하면 확 덤벼 들어서 질릴 때까지 해버리곤 다른 재미난 것들을 찾아온 셈이다. 원래 있던 재능을 그저 발견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일이 끝나버리곤 .. 2018. 7. 27.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민약이 이루어짐에 땅[地]이 변하여 나라[邦]가 되고 인(人)이 변하여 민(民)이 된다.민이란 중의(衆意)가 서로 결합되어 몸을 이루는 것[成體]이다.이 몸은 의원(議院)을 심복(心腹)으로 삼고 율례(律例)를 기혈(氣血)로 삼아그 의사를 펼치는 것이다.─나카에 조민(中江兆民), 『나카에조민전집(中江兆民全集)』1권, 92쪽 ​루소의 주권자(Souverain)와 조민의 군(君)​그렇다면 조민이 루소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heart와 blood가 심복과 기혈로 번역되면서 루소와는 조금 다른 집합적 신체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도 살펴보자. 조민은 군(君)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에서도 신체 유비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나라를 신복(身腹).. 2018. 7. 26.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바치는 애끓는 참회기 꺼진 SF도 다시 보기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바치는 애끓는 참회기 참회의 여정이 시작된 건 어느 오후의 한담에서였다. 친구가 여상히 던진 질문에 ‘몰라’라고 눙쳐버리지 못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달까. “아아, 보르코시건 시리즈?”질문을 들은 나는 나는 잠깐 침묵을 지켰다가, 시차를 두고 천천히 뜸을 들이며 되물었다. 단 세 개의 단어를 말했을 뿐인데 벌써 후회되기 시작했다. 안다는 투로 두 번째 음소를 높여 길게 끄는, ‘아아’ 같은 추임새는 넣지 말걸. 그냥 통째로 모르는 척 할걸. 어조에 시큰둥함을 묻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됐네. 그나저나 이 단어가 맞나? 보르‘코시’건? 보르‘시코’건 아니고? 헷갈려라. 사실 구태의연한 되물음 자체가, 할 말을 짜낼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이었다. 이러쿵.. 2018. 7. 25.
내가 겪는 슬픔은 누구나 겪는 슬픔이다. 억울할 게 없다. 내가 겪는 슬픔은 누구나 겪는 슬픔이다. 억울할 게 없다. 나는 이렇다 할 '신앙'이 없다. 그렇지만, 종교적인 느낌으로 믿는 바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 인생이 남들에 비해 특별히 행복하거나, 특별히 불행하지 않다는 믿음이다. 부자나 빈자나, 아프리카의 유목민이나 유럽의 작가나, 중국의 농부나 한국의 직장인이나, 만족에서 불만족을 빼거나 불만족에서 만족을 뺐을 때, 나오는 결과가 그렇게 크지 않은 범위에서 대채로 비슷비슷하리라고 믿는다. 아무 근거가 없다. 믿음일 뿐이니까. 이런 믿음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유용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인생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수없이 많은 괴로움들을 겪을 때, 겪어야 하는 괴로움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쉬워진다. 그렇다. '겪어야 할' 괴로움으로 당면한.. 2018.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