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498 『어둠의 속도』 - 통조림 뚜껑을 따다 『어둠의 속도』 - 통조림 뚜껑을 따다 통조림 고등어는 기분이 어떨까. 비좁은 어둠 속에서 옴쭉달싹 못 한 채, 동그란 눈을 희번덕이고 싶어도 반사할 빛 한 점이 얻지 못한다는 것은. 단단하게 밀봉된 어둠 속에선 시간도 아주 느리게 흐를 것이다. 흐르는 용암이 굳어가는 속도로, 아주 느릿느릿. 단언컨대 나는 통조림 고등어의 기분을 안다. 필요한 앎을 박탈당한 채, 정보로부터 소외당한 채, 무지(無知)의 영토로 유폐되어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고등어처럼, 우리는 무지한 채로 말끔히 처리되고 데쳐져서 깡통에 담겨 보존된다. 깡통을 흔들고 툭툭 건드리는 시그널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통조림의 뚜껑을 열고 빛을 보여줄 작은 정보의 파편들이. 어둠 속에 갇힌 뇌는 미친.. 2017. 9. 20. 돈 드릴로, 『그레이트존스 거리』 ― 시장과 예술 돈 드릴로, 『그레이트존스 거리』 ― 시장과 예술 십여 년 전쯤 처음으로 『화이트 노이즈』를 읽으며 놀라움에 빠졌고 그로부터 몇 해 뒤 『코스모폴리스』를 읽으면서 ‘이건 뭐지?’를 반복했더랬다. 지난해에는 『그레이트존스 거리』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초현실적 감각으로 조명하는 소설가 돈 드릴로의 세계를 보는 건 마치 일부러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골라 쓴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한다. 그곳에서는 눈짓 한 번으로 수백만 달러를 이동시키는 남자가 비현실적인 그만큼 반자본주의 시위대의 퍼포먼스 또한 비현실적이다. 어떤 장소도 어떤 사람도 기댈 만한 것이 못 된다. 모두가 어딘가 일그러져 있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소, 그곳이 돈 드릴로가 보여주는 현대 도시다... 2017. 9. 19.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의 저자 안도균 인터뷰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의 저자 안도균 인터뷰 1. 최근 사주명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주명리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요. 이 책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가 여타의 명리학 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사주명리를 운명에 개입하는 도구로 쓴다는 점입니다. 대개는 운명을 맞히기 위해서 사주를 봅니다. 그러나 사주명리는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어떤 아우라 혹은 어렴풋한 성향을 짐작할 뿐이죠. 그건 운명이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사주명리학계에서도 대체로 결정된 운명은 없다는 쪽에 동조하긴 합니다. 그렇다면 운명을 정확하게 맞힐 수도 없지요. 운명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운명의 결과를 맞출 수 있습니까? 하지만 사주명리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여전.. 2017. 9. 18. 서른 일곱, 아빠가 되고 보니... 서른 일곱, 아빠가 되고 보니... 아, 오늘은 횡재한 날이었다. 마지막 수유를 마친 우리 딸이 평소와 다르게 ‘잠들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트림 한번 ‘거억’한 후에 바로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더 길게는 2시간 동안 엄마가 안고서 재워야 한다. 태어나서 오늘까지 대략 두어번 정도 이런 날이 있었는데, 엄마와 아빠는 어쩌다가 찾아온 이 횡재에 평일 TV시청을 하였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아빠는 지금 후회 중이다. 그대로 원고나 쓸걸. 당장 내일 낮에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이 걱정이다. 요즘 우리 딸은 아빠와 눈이 마주치면 활짝, 아주 화알짝 웃곤 한다. 심지어 꺄르륵 소리를 내면서 웃기도 한다. 어찌나 예쁜지 아빠는 그냥 바보가 되고 마는데……. 아기의 발달 사.. 2017. 9. 15. 이전 1 ··· 476 477 478 479 480 481 482 ··· 8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