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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그후―사라진 것, 생겨난 것, 남은 것_엄마편 임신과 출산 그후―사라진 것, 생겨난 것, 남은 것 (고령)임신과 출산 후 엄마의 심신에는 참 큰 변화들이 생겼다. 임신 소식을 25년 된 지기(知己)에게 전했을 때,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하며 잘됐다고 축하해 주던 그녀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너 지나가다가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나온다~.” 읭? 그…그렇게까지? 라는 것이 속마음이었지만, 그러냐 하고 말았다(게다가 나는 원래 걸어 다닐 때 주변을 잘 보는 타입이 아니다. 따라서 내 눈에 아이들이 잘 띄지도 않는다). 근데, 사실이었다. 지나가다 아이만 봐도(아이들이 쏙쏙 눈에 들어왔다) 눈물이 나오기까지는 아니었지만, 더러는 설레고 더러는 가슴이 뻐근해지고 더러는 정신 나간 여자처럼 웃음이 비죽비죽 새나왔다. 호르몬의 조화인지 뭔지는 모르.. 2017. 12. 1.
카프카는 뱀파이어 카프카는 뱀파이어 카프카는 두 번이나 약혼하고, 두 번이나 파혼한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 양에게 1912년 9월 20일부터 1917년 10월 16일까지 정말 쉴새 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면서, 그녀의 편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백방으로 증명하려 애썼습니다. 도대체 카프카는 뭘 하려고 했던 걸까요? 왜 펠리체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국면으로 몰아세웠던 걸까요? 1. 흡혈하는 편지 카프카를 사랑했던 두 사람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카프카의 편지 쓰기가 도착적이고, 악마적이라면서 ‘흡혈’하는 글쓰기 같다고 했습니다.(들뢰즈·가타리,『카프카』)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편지의 도착적이고 악마적인 용법을 체험했다는 것이죠. 사랑을 사랑의 편지로 .. 2017. 11. 30.
조지 R.R. 마틴, 『샌드킹』 - 지능이 있는 것은 반드시 반격을 한다 조지 R.R. 마틴, 『샌드킹』 - 지능이 있는 것은 반드시 반격을 한다 호러는 참 신기한 장르다. 아무리 비슷한 이야기를 아무리 반복해 접해도 그 매력이 바래는 법이 없다. 마력이라고 해야 할까 요력이라고 해야 할까. 까마득히 어릴 때 이미 중독되어 교과서 밑으로 『오싹오싹 괴담선집』을 몰래 숨겨 읽고 헌책방 서가에서 『어셔 가의 몰락』을 날쌔게 움켜쥐던 그 손으로, 지금도 여전히 ‘괴담’ 게시판을 클릭하고, ‘옥수동 귀신’을 클릭하고, 영화 『그것(it)』의 예고편을 클릭하고 있는 것이다. 30분도 안 걸려 백 퍼센트 후회할 줄 사무치게 잘 알면서도! 인과응보를 확실히 실현시키는 게 호러물의 특징 아니던가. 따라서 내가 치를 후유증은 불 보듯 뻔하다. 침실에서는 불 끄고 누워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기.. 2017. 11. 29.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바보야, 문제는 영토 확장이 아니라니까! 고구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왕은… 대개 광개토대왕일 것입니다. 저 광활한 만주 벌판까지 고구려의 국경을 넓혀 ‘광개토’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던 왕이니만큼 그 활약으로 인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이내믹할까 싶지만…, “『삼국사기』에 기술된 광개토왕의 사적은 예상 외로 초라하다”(길진숙,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 106쪽)고 합니다. “연나라로부터 요동 일대를 지켜 내고, 백제에 맞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뼈대만 간추려 앙상하게 기록”했을 뿐, “정복 전쟁의 기사임에도 위대함이나 훌륭함과 같은 어떤 의미망의 외피도 입지 않은 채 그저 담담하고 단순한 문체로”(106쪽)만 쓰여 있다고 하네요. 김부식의 문체가 원.. 2017.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