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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사진집 『접촉』 - 예술, 사진을 다시 묻기 이영욱 사진집 『접촉』 - 예술, 사진을 다시 묻기 ‘사진’은 예술인가? 이 질문은 낡은 질문이다. 이미 ‘그렇다’고 답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낡은 것이 아니다. ‘아니다’라고 답하더라도 그 낡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어느 것에 대해 이것이 예술이다, 혹은 예술이 아니다 하는 식으로 경계를 설정하는 모든 시도가 부질없어진지 오래다.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어쩌면 ‘예술’ 그 자체가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렴풋하게, 그런 (사라진) ‘예술’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어떤 완결적인 작품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정서를 변용시키는 사물, 행동, 음향 등으로 표현된 창작활동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사진’은 예술이 맞다. 맞는데……... 2019. 2. 27.
남한 여권 소지자의 슬픔 남한 여권 소지자의 슬픔 지난 주 수요일에 나는 ELAM에 입학하고 싶다는 신청서를 냈다. 그제야 어깨에 힘이 빠졌다. 한 줄로 요약되는 이 간단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얼마의 시간을 허비해야 했던가? 한 달 반이었다. 그 동안 방문한 장소만 해도 다섯 군데가 넘고, 또 한 번에 일이 처리되는 경우가 없어서 같은 장소에 몇 번씩 되돌아가야 했다. 보건복지부에 가면 쿠바 메디컬 서비스에 가라고 하고, 메디컬 서비스에서 가면 다시 보건복지부에 가라고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제 관계를 주관하는 이깝에 가보라고 하고...... 그러나 내가 정말 필요한 정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내가 ELAM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거지? 인터넷 검색과 전화 몇 통으로 정보를 얻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 2019. 2. 26.
죽음과 통찰의 별자리, 전갈자리 죽음과 통찰의 별자리, 전갈자리 서리가 내리고 단풍이 물듭니다. 가을의 단풍은 봄날의 꽃처럼 화사하진 않지만, 시간을 담고 있기에 아름답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만물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낙엽은 떨어져 땅에 묻히고, 기꺼이 내년의 씨앗을 위한 양분이 됩니다. 세상엔 음기가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지만, 내면엔 아직 양기가 남아있는 시간, 찬 서리가 내린 가을의 호수는 말없이 깊고 묵직하게 움직입니다. 전갈자리는 이 계절에 태어납니다. 겉은 냉정하지만 가슴은 뜨거운 사람들, 전갈자리는 12별자리 중 가장 강렬합니다. 불을 품은 물 상강(양력 10월 23일 무렵)부터 입동을 지나 소설(양력 11월 22일 무렵) 전날까지의 기간에 태어난 전갈자리는 돌 틈에 숨어있는 것을.. 2019. 2. 25.
다시 아이와 나,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다시 아이와 나,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이비에스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남녀 실험자들이 어느 방에 들어가면 그곳엔 다른 이성의 얼굴 사진들이 크게 걸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을 고르고 그 이유를 인터뷰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자들의 선택 이유는 다 달랐지만 결과는 흥미로웠다.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에 호감을 보였고 선호하는 이성으로 선택했었다. 즉, 우리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실험의 결과였다. 내가 나로부터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다른 존재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옛말에 부부가 같이 살면서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서로 닮은 사람들이 같이 부부로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부부는 그들이 낳은 .. 2019.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