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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하이데거, 『근본개념들』 - '잊어버린 앎'을 깨닫는 일 마르틴 하이데거, 『근본개념들』 - '잊어버린 앎'을 깨닫는 일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하는 주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인류 역사 전체를 볼 때, 현재처럼 보관된 지식의 양이나 증가속도, 이동속도 등이 폭발한 적은 없었다. 현대는 그야말로 '지식의 낙원'이라 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지식이 빠르게 늘어나고,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 무언가 한가지 끊임없이 잊혀지고 있는 게 있는 것 같다. 하이데거의 문제설정이 출발하는 곳도 바로 그 지점이다. '잊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성'일 수도 있을 테고, '본질'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하이데거라면 아마도 '존재'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눈에 보이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는 현상 아래에 감춰.. 2019. 3. 6.
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성공으로 향하는 9단계’를 강의하는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출판 계약 하나만 바라봐야 하는 실패자다. 어머니는 몇 주에 걸쳐 저녁 식사를 패스트푸드와 종이 식기로 때우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마.. 2019. 3. 5.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난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다.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것이 힘들다. 내 일신의 편안함과 이익이 무엇보다 먼저다. 이타적인 척 하면서 남을 도우려 하지만, 속마음에서는 찌질한 계산을 하고 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저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니면 저 사람은 과거에 나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이에 상응하는 보답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를 고민한다. 술자리에서 호탕하게 ‘내가 쏜다!’고 이야기 하지만, 속으로는 돈 계산을 하는 ‘나’란 사람은 참 저급하면서도 없어 보이게 이기적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갑자기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벅차오르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 2019. 3. 4.
양생(養生), 욕심을 줄이고 계절에 맞게 살아라 양생(養生), 욕심을 줄이고 계절에 맞게 살아라 『동의보감』의 임상 사례 중에는 실제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서사들이 많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들. 다음의 한(漢) 무제(武帝)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그런 경우다. 옛날 태산(泰山)아래 한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은 알 수 없다. 한(漢) 나라 무제(武帝)가 동쪽 지방을 순행하다가 길옆에서 김을 매는 한 노인을 보았는데 등에 두어 자 되는 흰 광채가 솟았다. 무제가 이상하게 여겨서 그에게 도술을 쓰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이에 노인이 대답하기를 “신이 일찍이 85세 되던 때 노쇠하여 죽을 지경으로 머리는 세고 이는 빠졌습니다. 그 때 어떤 도사가 신에게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음식을 끊으라고 하는 한편 신침(神枕)을 만드는.. 2019.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