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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별자리 여행

죽음과 통찰의 별자리, 전갈자리

by 북드라망 2019. 2. 25.

죽음과 통찰의 별자리, 전갈자리



(10.23-11.22)



서리가 내리고 단풍이 물듭니다. 가을의 단풍은 봄날의 꽃처럼 화사하진 않지만, 시간을 담고 있기에 아름답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만물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낙엽은 떨어져 땅에 묻히고, 기꺼이 내년의 씨앗을 위한 양분이 됩니다.   세상엔 음기가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지만, 내면엔 아직 양기가 남아있는 시간, 찬 서리가 내린 가을의 호수는 말없이 깊고 묵직하게 움직입니다. 전갈자리는 이 계절에 태어납니다. 겉은 냉정하지만 가슴은 뜨거운 사람들, 전갈자리는 12별자리 중 가장 강렬합니다.

 


불을 품은 물


상강(양력 10월 23일 무렵)부터 입동을 지나 소설(양력 11월 22일 무렵) 전날까지의 기간에 태어난 전갈자리는 돌 틈에 숨어있는 것을 좋아하는 작고 고독한 동물, 전갈을 상징으로 가지고 있고, 남성의 성기 Scorpio.svg를 기호로 사용합니다.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고, 혼자서 고요히 자신만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술과 피처럼 불을 품은 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가슴엔 뜨거운 용암을 품고 있지만 얼굴엔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포커페이스에 뛰어나지요. 비밀스러움을 좋아하고, 함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전갈자리는 자신의 깊은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무척 소중히 여깁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이해’입니다.


 타인을 꿰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가진 전갈자리는 자석 같은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강렬하고 관능적이지요. 전갈자리는 표면적인 것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흔들리지도 않고요. 이들은 표피 너머, 현상 너머에 관심을 갖습니다.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무엇이 나올까 흥미로워하고 그 끝에 어떤 것이 나온다고 해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늘 이렇게 깊은 곳을 바라보는 기질 때문에 이들은 ‘딱 보면 안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실제로 사람을 엑스레이 찍듯이 꿰뚫어 보고, 장단점을 한눈에 파악합니다. 


이들은 호불호가 강하여, 좋아하는 사람에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신의를 보여주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겐 아예 무관심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질투심도 강하고 소유욕도 강하여 극단적으로 집착하기도 하고,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에겐 와신상담(臥薪嘗膽)하다가 숨겨둔 독을 뿜어내며 복수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기 통제력이 강하여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홀로 자기문제에 몰두하면서 비밀스럽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갈자리는 사랑을 할 때도 열정적입니다. 한번 꽂히면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그 어떤 역경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혁명적인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섹스는 아주 중요합니다. 육체와 정신이 혼연일치하여 무아지경으로 넘어가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죽음과 부활의 경험으로 얻은 통찰력


전갈자리는 인생의 49세에서 56세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이때는 여성이 갱년기를 경험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갱년기란 기존의 신체가 죽고 새로운 신체로 대대적인 변화를 하면서 상징적 죽음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자식을 낳고 키우는 개인적 신체에서 타인의 자식을 돌보는 사회적 신체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남녀 모두에게 갱년기란 간접적 죽음을 경험하며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중년의 통과의례의 시간입니다. 


전갈자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변화를 자주 겪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상에 휘둘리지 않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갈자리의 통찰력은 정평이 나 있습니다. 상상력과 직관이 결합된 추리력과 분석력으로 상황과 상대의 진실을 꿰뚫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심리학자, 탐정, 검사, 경찰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심연과 본질에 관심이 많고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느끼는 그 ‘죽음의 순간’들이란 어떤 것일까요? 소설가 잭 런던의 단편 소설 <백색 침묵>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창백한 죽음의 황야를 지나가는 한 점 생명체로서 겁 없이 그 길에 오른 자신의 만용에 놀라고, 자신의 인생이 구더기의 그것보다 대단할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온갖 괴상한 생각이 멋대로 떠오르고, 세상의 모든 수수께끼가 표현을 얻고자 애쓴다. 죽음, 신, 우주에 대한 두려움이 닥친다. 그리고 부활과 생명의 희망, 불멸에 대한 열망, 갇힌 실재(實在)의 헛된 분투…… 그때 인간은 진실로 홀로 신과 함께 걷는다.’


전갈자리는 이렇게 죽음의 순간을 걷습니다. 그렇게 더 깊어지고 더 성숙해집니다. 그리고 부활합니다. 아마도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 그 자체이고도 하고, 거기서 길어 올린 지혜이기도 할 것입니다. 

 


치유와 재생의 힘


전갈자리는 어려서부터 악몽, 죽음, 검은 물의 꿈을 자주 꿉니다. 전갈자리 아이가 울면서 잠이 깨면 꿈 얘기를 들어주고 다정하게 안아주시면 좋습니다. 전갈자리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집안의 누군가가 죽기도 합니다. 이들은 그렇게 죽음과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났기에 치유와 재생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삶의 조언이 필요할 때, 전갈자리의 통찰력과 재생 에너지는 조용한 말 몇 마디로도 사람을 살립니다. 그리고 피를 다룰 수 있는 힘이 있기에 훌륭한 외과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진부한 관습과 정치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저항하기도 하고, 공정함과 약자의 편에서는 목숨을 걸기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어둠의 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거시 경제를 다룰 수 있는 힘이 있고,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세계를 파고들어 그 비밀을 밝혀내는 힘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건강에 관한한 재생의 화신입니다. 불치병이나 대형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전갈자리 기운이 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민하고 집요한 성격 때문에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감정을 통제하려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지 않고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갈자리는 여러 사람 앞에서는 자기를 감추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1:1 관계에서는 아주 깊고 은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다 말합니다. 그런 대화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지요. 


전갈자리는 자궁, 전립선, 생식기, 배설기관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면 좋습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강하니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산책, 수영, 요가 등의 운동이 좋습니다. 


전갈의 강렬함과 집요한 성향이 지나치면 스토커와 같은 파괴의 에너지로 변질될 수 있고, 비밀스러움과 컨트롤의 성향이 지나치면 어두운 권력, 막후 실세에 끌리게 됩니다. 모든 별자리가 그렇듯 장점이 태과 되면 단점이 되고, 단점은 몸의 병증과 함께 드러납니다. 


전갈자리는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컨트롤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검승부를 하는 승부사의 기질로 변화하고, 원숙해지면 유연하고 지혜로운 통찰자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가장 원숙한 전갈자리는 바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승부사 축구감독 히딩크,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주연배우인 강렬한 눈빛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우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 깊은 연기력의 한석규는 모두 전갈자리입니다. 

 

전갈자리를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삶에 대한 뜨거움을 느낍니다. 칼릴 지브란의 시 <절반의 생>과 함께 전갈자리의 그 강렬한 에너지에 잠시 머물다 가시기 바랍니다.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과 벗하지 말라.

절반의 재능만 담긴 작품에 탐닉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절반의 삶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는 절반의 존재가 아니므로.

그대는 절반의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사람이므로.


★ 그림 박희진. 별들 사이로 난 길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면서요.

★ 글 김재의. 친구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여정을 글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재의 선생님의 글은 '인문여행네트워크 여유당'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 김재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유당에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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